국립산림과학원, 한라산 구상나무 한계수명 150년...자연회복 불가시 복원기술 도입해야

태풍에 쓰러진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결과 고사한 구상나무 중 최고 수령은 131년으로 이미 한계 수령에 도달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태풍에 쓰러진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결과 고사한 구상나무 중 최고 수령은 131년으로 이미 한계 수령에 도달했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의 상당수가 한계수명에 도달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쇠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 구상나무 숲의 정확한 쇠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충북대학교 서정욱 교수팀과 진행한 한라산 구상나무 연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연구는 2017년부터 3년간 한라산 해발 1600m 이상에 위치한 구상나무 120개체의 나이테를 연륜연대학의 방법으로 분석해 32년간 국내 기상자료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륜연대학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나무가 살아가는 동안 연속적인 생육 정보를 담고 있는 나이테를 통해 기후와 자연환경의 변화를 밝혀내는 학문이다.

연구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쇠퇴 원인은 잦아진 태풍에 의한 강한 바람과 기후변화로 확인됐다. 다른 수종과 달리 비교적 낮은 한계수명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라산의 동쪽 진달래밭과 남쪽 방애오름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에 넘어진 고사목은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직격탄이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듬해 서서히 죽은 고사목도 덩달아 늘었다.

구상나무의 한계수명도 멸종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조사 결과 고사목의 수령은 131년, 생육목은 114년으로 상당수가 생물학적 한계수명인 150년에 근접했다.

나무의 수세가 약해지면서 태풍과 기온 상승 등 기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겨울에 눈이 뿌리를 보호하는 보온 역할을 하고 봄철에 천천히 녹으며 수분을 공급한다.

봄철 기온이 오르면 뿌리의 활성화가 낮아지고 여름 태풍으로 강풍까지 몰아치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꺾여 생을 마감한다.

이에 연구진은 구상나무 숲의 지속가능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성목 관리와 함께 어린나무가 안정적으로 자라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주도는 한라산 구상나무 복원을 위해 2018년부터 한라산 영실등산로 선작지왓일대에 7년 동안 자체 증식해 양묘한 구상나무 수천 그루를 식재해 키우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유전다양성복원팀 임효인 박사는 “한라산 구상나무 쇠퇴 원인으로 태풍 위협의 심각성과 구상나무 숲의 연령 구조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지속가능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DNA 이력관리를 이용한 과학적인 복원기술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상나무는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신생대 3기부터 수백만년 가혹한 환경을 견디면서 한반도에 뿌리를 내렸다. 한라산에만 54만 그루가 분포돼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