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잘못된 교사 배치로 읍면지역 교사 순회 늘어”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중등교사 배치기준을 변경하면서 도내 읍면지역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고충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가 지난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도내 중고등학교 교사 2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118명이 교사 배치기준 변화에 따라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대답했다. 

전교조제주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해 작은 학교의 어려움을 고려해 수업시수를 다르게 해 교사를 배치한 기준을 바꿔 동지역 중학교와 읍면지역 중학교에 배치되는 교사의 수업시수를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로 인해 소속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파견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는 순회교사가 지난해 271명에서 올해 294명으로 23명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 234명 가운데 24.6%인 62명이 다른 학교에 순회를 가고 있는 교사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학급 담임 교사는 12명(19.3%)으로 조사됐다. 

읍면지역 학교 교사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78명 중 32명인 41%가 순회를 가고 있으며, 8명(25%)이 학급 담임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교조 제주는 “담임이 순회를 가게 되면 해당 학급 학생들은 일주일 중 하루나 이틀은 담임교사가 없다. 학생 생활지도, 학습지도에 당연히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며 “시급한 학생 상담이나 학부모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도 순회교사는 즉각적인 상담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교사 배치기준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234명 중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교사가 142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합리적이거나 매우 합리적이라는 긍정 답변이 9명인 점을 고려할 때 대부분 교사가 보통이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이다.

부정적 의견을 선택한 교사 중에는 “순회가 많아져 수업만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 학생을 개별적으로 지도하고 상담할 시간이 없다”거나 “학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담임에 1, 2, 3학년 수업 준비에 순회수업 준비에 정말 너무 힘들다” 등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단순히 주당 수업시수를 비교해 동지역과 읍면지역 수업시수를 동일시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탁상행정에 학교 현실을 모르는 행정처리”나 “읍면 순회학교로 가는 시간이 왕복 4시간”, “읍면지역은 소규모라 교사 1인당 업무도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합리적이라는 답변 중에는 “순회교사를 가능한 줄이고 시수가 적은 교사의 경우 수업 이외 업무를 많이 하도록 활용하면 좋겠다”거나 “교사 배치기준을 왜 지역으로 구분하나”, “동지역은 학급당 학생수가 많고 주당 20시간 수업을 하려면 많이 지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어 순회교사 62명을 대상으로 한 수업시수 관련 조사 항목에서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 포함 19시간 이상 수업에 임하는 교사가 17명(27.4%)로 조사됐다.

전교조제주는 “현재 고등학교는 창의적체험활동을 포함해 약 18시간, 중학교는 약 20시간 정도”라며 “순회교사의 경우 이동시간과 타 학교 지도 어려움 등을 고려해 적어도 2시간 정도의 수업시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교사는 ‘수업, 업무, 담임 세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 교과별 시수를 나눠 18~21시간 수업을 하게 되니 정작 중요한 학생 상담이나 생활지도에 중점을 둘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순회교사를 배치할 때 당연히 이뤄져야 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약 66%에 달한다며 교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전교조제주는 “기타 의견에는 ‘합의는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음’, ‘무 자르듯 딱 나누어서 결정되었음’과 같이 본인 의견을 말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순회를 가는 경우 최소한의 기준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의견 중에는 ‘읍면 지역은 교사 수가 적어 학교 내 업무가 가중 되는데 협의 없이 무작위로 수업시수에 따른 순회학교 배정으로 3개 학년 수업에 배치되고 고등학교 같은 경우 선택교과로 다학년 다교과 수업을 해야 함. 전혀 배려없는 교사 배치임’이라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수업하는 교사의 상실감과 비애, 잦은 장거리 출장의 위험과 고충은 어떻게 헤아릴 것인가”라면서 “교사와 학생은 하나의 공동 운명체다. 교사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학생의 좌절과 소외로 귀결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전 교사가 순회 나가지 않는 요일이 평일 가운데 금요일 하루밖에 없다는 곳도 있었다”라면서 “도교육청은 읍면지역 작은 학교를 살리고 순회를 줄이기 위해 교사 정원 배치기준을 학급당 교사 수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교조제주는 “당장은 읍면지역 작은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교사 배치 시 동지역보다 수업시수를 적게 배치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필요한 교원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도교육청은 모든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 읍면지역 학교에 대한 특단 대책을 세우고 순회교사에 대한 기준안과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며 “학교 행정업무의 적극적 경감을 위해 도교육청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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