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새로운 항만노조 손 들어줘...복수 체계 구축?

제주항.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항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사보강 29일 오전 9시30분] 수십년간 철옹성 같았던 제주항운노조(항운노조)의 독점 체계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제주항만노조(항만노조)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근로자공급사업 신규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최근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현룡 수석부장판사)가 제주도의 신규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항만하역사업은 화주나 선박운항업자의 위탁을 받아 선박으로 운송된 화물을 인수받아 화주에게 인도하는 등의 업무다. 

바다 날씨 악화로 화물선 운항이 중단되거나 특정시기에 물량이 몰리는 등 작업량 예측이 어려운 사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필수인력이 고정인원으로 배치되고, 근로자공급사업자가 일용근로자를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주항 하역 업무와 관련된 유일한 근로자공급사업자가 항운노조며, 항운노조는 1946년 설립 이후부터 제주항 하역 작업을 독점하고 있다. 항운노조는 1984년 5월1일 제주도로부터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생긴 항만노조가 제주도에 2019년 4월24일 근로자공급사업 신규 허가를 신청했지만, 제주도가 같은해 5월22일 거부했다. 

제주도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해당 지역·직종별 인력수급상황과 고용관계 안정 등을 조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실제 노무 공급이 필요한 품목이 줄어드는 등 항만 내 실제 하역실적이 감소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신규 근로자공급사업자가 생기면 인력 과잉 공급으로 고용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고, 노조간 마찰과 과당경쟁으로 정상적인 항만물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히면서 항만노조의 신청을 불허 처분했다. 

ⓒ제주의소리
제주항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같은 불허 처분에 불복한 항만노조는 2019년 7월4일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같은해 12월20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기각했다. 

결국 항만노조는 지난해 4월 법원에 ‘국내근로자공급사업 신규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장을 접수했고, 소장 접수 1년 4개월여만에 1심 재판부가 항만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직업안정법이 규정한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는 행정청 재량행위에 속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제주도가 보호하려는 공익보다 원고(항만노조)의 사익을 지나치게 제한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또 “항운노조와 항만노조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 원칙에도 위반되며,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역 물량 감소에 대해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증가 추세지만, 2020년 물동량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업안정법은 근로자공급에 관한 배타·독점적 권리를 형성하는 목적이 아니다. 제주도가 항만노조의 신청을 허가하게 되면 공정한 경쟁 내지 시장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원고인 항만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수십년간 이어진 항운노조 독점체계가 항운노조와 항만노조의 복수체계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심에 불복한 제주도측 보조참가자 항운노조는 즉각 항소했으며, 제주도 측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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