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경 화가, 10월 1~24일 서울 자하미술관 ‘메타만다라’ 전시 

우주 법계의 온갖 덕을 망라한 진수를 나타낸 불교미술의 상징 ‘만다라(Mandala)’를 그려온 전인경 화가가 이번엔 초월적 만다라를 새롭게 표현해낸 ‘메타만다라’ 전시를 개최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주최한 전시에서 우주 대폭발의 순간을 재현해내 이목을 끈 전인경은 이번 전시에서 인류를 걸어 넘어트린 덫, 문명의 훼방꾼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서사를 도형학적으로 풀어낸 연작을 공개한다. 

전인경은 2019년 제주4.3평화재단과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조직위원회가 개최한 ‘EAPAP 2019 : 섬의 노래’에 참여해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제주4.3 관련 전시에도 참여한 제주와 인연이 깊은 작가다.

오는 10월 1일부터 10월 2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자하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메타만다라’를 주제로 만다라 회화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 펼쳐진다.

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주행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페인팅 또는 디지털 코드 페인팅으로 명명할 수 있을 듯한 실험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만다라와 디지털 영역과의 미적 융합을 시도한 것이다.

전인경, Mandala 120901, 2012. 사진=전인경.
전인경, Mandala 120901, 2012. 사진=전인경.
사진=자하미술관.
전인경(feat. 이주행), 메타만다라 001, 한지에 디지털프린트,
가변크기, 2021. 사진=자하미술관.

심상용 서울대학교 교수는 “그가 초월적 만다라로 명명하는 미학은 가능성과 비웃음 사이를 초연히 지나면서 지금껏 붓의 운행을 신화화하는 전통적인 회화론에 대한 의미심장한 성찰에 몸을 맡긴다”고 소개한다. 

이어 “작가는 이제 전통적인 운필의 회화론이 구획해온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어 한다. 경계를 넘어 자유하기, 그것이 만다라 미학의 더 깊은 심해를 유영하는 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리가 나오도록 수련을 거듭해도 녹록지 않은 만다라는 미학 문법으로 풀어내기 힘든 주제”라며 “세속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존재에게 깨달음은 영적 향수요 의지적 지향일 수 있어도, 그 완성형은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깨달음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전인경은 요즈음의 작가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미덕인 성실한 학습과 자기성찰을 통해 인간의 몸과 정신에 대한 사유적이고 실체적인 진실에 다가서 왔다”고 말했다.

또 “포스트 휴먼을 노랫말처럼 입에 달고 사는 이 시대이기에, 만다라 미학은 그리 탐탁치 않은 고전극으로의 회귀로 보일 수도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전인경을 따라, 뭉글거리는 생명의 입자들, 질서정연한 원소들의 향연, 코로나바이러스도 형제가 되는 형형색색의 우주로 초대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사진=자하미술관.
전인경, 메타만다라 2103, 캔버스에 아크릴, 72.5x116.5cm, 2021. 사진=자하미술관.
사진=자하미술관.
전인경, 메타만다라 2101, 캔버스에 아크릴, 162x480cm, 2021. 사진=자하미술관.
사진=자하미술관.
전인경, 바이러스의 시공간 I, II, III, 캔버스에 아크릴, 150x150cm, 3EA,
2021. 사진=자하미술관.

전인경은 “만다라는 어느 하나도 무의미한 것이 없으며 각기 고유한 존재의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상호연관성을 갖는다는 점을 성찰하는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만다라는 더는 불교의 전유물이 아니고, 미학도 그것의 세속화된 탐미의 범주로만 머물지 않는다. 여기서 회화는 교환이고 사건이다. 영적인 것은 형태와 색을 옷 입고, 형태와 색은 지난 근대기의 망각을 딛고 정신과 가치의 차원을 스스로 복원하는 교환이다. 

심 교수는 “여기서 만다라의 영성(靈性)은 시각적 조형성으로 기꺼이 번역되고, 예술은 다시 초월계의 호출 우주의 부름에 귀와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서양화가인 전인경은 불교미술을 꽃 피운 고(故) 만봉스님(중요무형문화재 48호·단청장 1910~2006)에게 한때 불화와 단청을 사사하면서 <만다라>가 자신의 작품 주요 테마가 되는 인연을 맺게 됐다. 

전인경은 제주도립미술관이 주최한 ‘과학예술, 2017 카본 프리’ 전시에도 참여해 우주 대폭발인 빅뱅(big bang)의 순간을 재현한 연작(The circle of carbon)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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