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대선 예비주자 人터뷰] ⑧추미애 前법무장관(더불어민주당)
“제2공항, 관광객 수 늘리는 게 능사는 아냐…지속 가능한 제주 최우선”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9월 치러진다. 여·야의 경선버스가 본격 출발하면서 제주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의 국정 철학과 제주현안에 대한 견해, 그리고 지역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공약 및 정책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각 대선후보들이 구상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제주도에 대한 미래비전을 들어봤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서면인터뷰를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4.3의 완전한 해결과 합당한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며 제주 4.3민심부터 공략했다.

추미애 후보는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제주발전을 위한 준비된 공약을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사실 ‘추미애’ 하면 제주4.3과 관련해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1999년 5월 ‘4.3 수형인명부’를 발굴해 세상에 알렸고, 그해 12월에는 4.3특별법을 대표 발의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이런 그에게 제주도는 ‘명예도민’으로 예우했고, 추 후보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4.3추념식에 참석하며 4.3문제 해결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법무부장관 재임 때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과 유족들에게 재심의 길을 열어 지난 3월 수형인 335명에게 70여년 만에 ‘무죄’라는 선물을 안겼다.

추 후보는 “4.3은 저의 정치역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갱이와 같은 존재다. 마지막까지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소임을 다하겠다”며 제주를 세계적인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추 후보는 또 “제주가 지속 가능하려면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청정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며 2023년 종료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종료 권고, 제주형 그린수소 생산기지 구축, 국립 제주대학교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산업 특화 학부·대학원 설치 등을 공약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5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자치분권을 선도하고 그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재정과 권한 이양이 충분치 못하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직선제 도입, 국세의 제주도세 이양, 면세점에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 등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도민·전문가들과 상의하면서 제주도에 가장 큰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최대 갈등현안인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강정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제2공항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단순히 공항을 확장하고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서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핵심 공약으로는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해 공정과세를 하는 지대개혁 △통일이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신세대평화론 △환경부→환경정의부 개편 등 기후정의와 함께 하는 에코 정치 △디지털혁신강국 △보편적 복지 확대 및 복지부총리 신설 등 더블복지국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창의융합교육 등을 제시하고 있다.

Q.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가올 5년은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선진국에 안착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흐름 속에 뒤처지게 될 것인지 기로에 서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온 20세기 방식의 성장은 선진국이라는 명예와 함께 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불명예도 안겨줬습니다. 이제는 나라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닌 국민도 잘 사는 나라가 돼야 합니다. 촛불개혁에 함께 했던 당시 제1야당 대표로서 촛불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개혁과제를 완수하고, 선진강국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진정한 선진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삶과 품격도 높아져야 합니다. 국민의 삶과 품격을 높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Q. 왜 추미애여야 하는가?

민주당이 지난 선거에 패배하면서 개혁에 주저하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자 많은 지지자가 실망하고 돌아섰었습니다. 제가 들어 올린 개혁의 깃발은 지지자들이 다시 모여들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민주당의 후보는 민주당의 토대 위에 부끄러움 없이 서야 합니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민주, 평화,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체성과 민주정부의 적통을 잇는 후보가 중도 외연도 잘하게 될 것입니다.

검찰개혁 당시 검찰, 언론, 보수야당이 똘똘 뭉쳐 만든 나쁜 이미지는 조만간 ‘추미애가 옳았다’로 씻기게 될 것입니다. 누가 제대로 국민의 뜻에 따라 개혁을 잘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잘해나갈지 평가해 주실 겁니다. 바로 제가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이고, 촛불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 공약(우선순위 5개)을 소개해 달라.

‘지대개혁’, ‘신세대평화론’, ‘기후정의와 함께하는 에코정치’, ‘디지털혁신강국’, ‘더블복지국가’, 마지막으로 ‘창의융합교육’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구조화된 양극화·불공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토지 등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해 공정과세를 하는 ‘지대개혁’이 1호 공약입니다. 통일을 두려워하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세대들에게 평화경제 구축과 미래의 통일이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신세대평화론’이 2호 공약입니다.

기후정의를 기본권으로 담는 헌법 개정을 하고,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 및 환경부를 확대해 환경정의부 개편 등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기후정의와 함께하는 에코정치’가 3호 공약, 투명성과 개방성을 핵심 원리로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에 정의로운 대전환 이뤄 대한민국을 디지털 혁신국가로 국제 표준을 따라가는 나라에서, 표준을 이끄는 나라로 만드는 ‘디지털혁신강국’이 4호 공약입니다.

보편적 복지 확대와 집중적 복지의 조화와 균형으로 세심하고 과감한 복지국가 건설, 복지부총리 신설, 집중적 복지를 바탕으로 하는 ‘더블복지국가’가 5호 공약이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미래와 청년미래세대의 삶을 좌우하는 교육이 반듯이 혁신해야 한다는 인식하에 ‘창의융합교육’을 6호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인간 추미애는? Q & A / 그래픽=문준영 기자 ⓒ제주의소리 

Q. 제주발전을 위해 준비된 공약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제주에 무엇을 건설하겠다, 무슨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제주도민에게 더 맑고, 윤택한 제주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환경과 보존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2023년 종료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의 연장 여부에 대해 주민들 의견을 듣겠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제주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종료하는 방향으로 권고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난개발과 무분별한 개발로 청정 제주를 망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아름다운 제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해야 합니다. 청정제주, 탄소중립을 시행하기 위한 세부정책을 시행하겠습니다. 공공분야부터 전기자동차, 전기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 탄소 소비를 줄이는 등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Q.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5년이 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15년 어떻게 평가하나.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 대한민국의 자치분권을 선도해온 사실은 명확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자치분권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물론 선도적 시행이라 재정과 권한 이양에 미비한 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충분히 논의해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시대정신이자 대한민국의 발전동력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국세의 제주특별자치도세 이양, 면세점 매출의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 특례 등 제주특별법 개정에 대한 많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민,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보다 많은 목소리를 듣고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Q.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제주특별자도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먼저 무늬만 특별자치도가 아닌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행되는 특별자치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민투표의 큰 걸림돌이자 도지사의 권한을 가로막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8조2항을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8조(지방의회 및 집행기관 구성의 특례) ②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제주자치도의 지방의회 또는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하려는 경우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그에 관한 주민의견을 듣기 위한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 <개정 2017. 7. 26.>

우리 제주를 어떻게 보존하고 제주도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말씀 드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그 윤택함을 누리는 것이라고 저는 주장하고 싶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 배를 가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싶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4.3유족회와 4.3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분향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Q. 제주(성산)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 이후 △전면 재검토 △보완 후 재추진 △현 제주공항 확장 △정석비행장 활용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갈등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제2공항 건설 문제로 제주도민들이 갈등에 쌓이게 된 점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제2공항 문제는 다시 한 번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입도하는 관광객 수에 매몰되어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과연 제주도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일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관광지도 있고, 태국 코카이섬의 경우 산호초의 80%가 파괴되자 2016년 5월부터 관광객을 받지 않았던 사례도 있습니다.
단순히 공항을 확장하고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서 입도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제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향이고 제주도민들에게도 더 이익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Q. 끝으로 제주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물’이라고 하면 너무 뜬금없는 답변이 될까하는 마음이 들지만, 저에게 제주는 참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 곳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저를 4.3사건 진상조사특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하시면서 4.3항쟁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눈물’을 흘렸고, 정부기록보존소에서 4.3 항쟁에 대한 정부기록공식문서인 ‘제주4.3사건 수형인명부’를 찾아냈을 때, 다시금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생에 집중해야지 왜 역사를 들춰내느냐고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짐했습니다. 개혁은 때가 있는 것이고 때를 놓치면 영원히 할 수 없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겠다고. 역사의 고통을 계속 미루기만 하면 언제 해결하나 싶었습니다. 21년간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게 법무부장관으로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검사의 직권재심을 가능하게 하는 수정법률안을 제시했고, 지난 3월 그 결실을 맺었을 때, 또다시 ‘눈물’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제주명예도민 1호’가 되었을 때는 ‘기쁨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늘 제주도민들과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별자치도 제주도의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제주도민의 주민자치를 내실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제주도민에게 더 맑고, 윤택한 제주를 돌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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