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양봉농가 500여곳 속앓이...기후위기, 재선충 항공방제 등 의견 분분 '원인 파악 시급'

올해 제주도내 양봉농가들의 꿀 생산량이 현저히 줄고 있지만 구체적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올해 제주도내 양봉농가들의 꿀 생산량이 현저히 줄고 있지만 구체적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양봉 농가가 유난스런 흉작을 맞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적게는 3분의 2 수준, 많게는 반 타작 수준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었지만 뚜렷한 원인이나 대응책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행정의 관리 권한 밖에 있던 양봉농가는 양봉산업법에 따라 올해 8월 31일까지 계도기간 거치며 대부분 등록을 완료했다. 제주시에 등록된 농가는 253곳, 서귀포시 268곳이다.

한국양봉협회에 소속된 제주지역 양봉농가는 515개 농가로, 8만여 군의 꿀벌을 사육하고 있다. 제주의 양봉농가는 대략 500여곳이다.

다만, 농가의 수도 다른 축종에 비해 많지 않고, 30군 미만으로 소규모로 운영되는 농가도 많아 산업동향에 대한 관리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생산량이나 매출도 현재로서는 파악할 길이 없다.

이는 곧 올해 유독 심하게 들이닥친 흉작에 어려움을 키웠다. 

강시영 한국양봉협회 서귀포시지부장은 "꿀 생산량이 작년에 비하면 3분의 2 정도, 평년에 비하면 50% 정도 되는 수준"이라며 "올해 날씨가 안좋기는 했지만, 다른 때에 비해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귀포시에서 감귤꿀을 수확하는 이모씨도 "올해 꿀 생산은 다른 해보다 절반 조금 넘어서는 정도"라며 "언제 양봉농가가 지원을 받아본 적이 있었겠나. 그냥 하늘이 무심하다 싶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유난한 양봉농사의 흉작 원인으로 일선 농가에선 기후위기나 재선충 항공방제 등을 꼽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올해 유난한 양봉농사의 흉작 원인으로 일선 농가에선 기후위기나 재선충 항공방제 등을 꼽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의 한 양농농장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양봉을 하는 김모씨도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다. 답답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꿀 생산량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로는 기후위기가 꼽힌다. 봄과 가을 기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의 시기가 더 모호해지면서 꽃이 피어있을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천연꿀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갑자기 쏟아지다가 금세 그치고, 다시 쏟아지기를 반복하는 비 날씨도 어려움을 부추겼다. 또 비 날씨와 함께 바람이 불어도 꿀벌이 활동하는데 제약이 된다. 갑작스런 이상기후에 꿀벌 개체가 버티질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벌꿀의 흉작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전국적으로 벌꿀 생산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농가에서는 재선충 방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적이 드문 숲에서 사육하는 양봉농업 특성 상 항공방제 등에 대한 대응이 용이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제주시 축산과 양봉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문정용 팀장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으로, 이상기후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명확한 이유는 파악해야 한다. 양봉산업에 대한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양봉산업 관련 담당자인 이민국 주문관도 "관련법에 따라 지난달까지 양봉농가 등록이 의무화되며 다수의 농가가 등록됐다. 등록이 된 만큼 피해 상황도 파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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