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퇴역 경주마를 도축해 반려동물 사료로 사용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미 최종보고서까지 나온 것으로 확인돼 동물권보호 단체의 반발은 물론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1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도가 올해 1월 (사)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 ‘경주 퇴역마 펫사료 제품개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7월께 최종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는 퇴역하는 경주마를 도축해 반려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용역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도에선 연간 3500여마리의 ‘더러브렛’이 등록되고, 이중 약 1500마리가 경주마로 등록되고 있다.
연간 1400~1500마리 상당의 경주마가 퇴역하고 있으며, 이중 500마리 정도는 승용마로 퇴역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전체 퇴역마의 70% 정도는 4세 이하며, 5~7세 퇴역마가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연간 1000마리 정도의 퇴역마 활용 용도의 다각화가 필요하며, 다각화 방안으로 마육을 활용한 펫사료 제품개발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일본 등 국가에서 퇴역마를 식용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말고기 요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604만가구(약 144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고급 원료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 충족을 위해 고급 원료를 추가하는 등 프리미엄 사료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진 말고기의 펫사료 활용도가 높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료 시장이 연간 5조원이 넘기 때문에 퇴역마를 도축해 고급 사료로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경제적 타당성을 떠나 퇴역마의 식용 도축 논란에 이어 사료 활용 제안은 동물권 보호 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동물권 보호 단체는 퇴역하는 경주마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리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다. 경주마로서 성적을 내기 위해 다양한 약품에 노출돼 있고, 퇴역마에 대한 관리체계 등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동물권 보호 단체는 은퇴하는 경주마를 위한 일종의 ‘요양시설’ 등 퇴역마가 편히 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은 “다른 대다수의 선진 국가에서는 말이 개보다도 더 반려동물화 됐다. 퇴역마를 도축한다는 것 자체가 이뤄지면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퇴역마에 대한 관리체계가 없어 퇴역마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마리당 100만원도 안되는 돈에 도축돼 식용으로 쓰이는 상황”이라며 “경마 선진국으로 꼽히는 홍콩은 퇴역마를 도축하지 않으며, 마주에게 퇴역마를 영구 임대하는 형태로 말이 죽을때까지 관리한다. 미국은 말 도축 시설을 모두 폐쇄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도 퇴역마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죽을 때까지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며, 마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말 경주 뿐만 아니라 말의 은퇴와 죽음 전반까지 관리하는 것이 공기업으로서의 마사회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퇴역마 뿐만 아니라 도축되는 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와 마사회 측에서 퇴역마를 위한 방목지 등 조성을 고민중인 것으로 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방목지로 가거나 승용마 교육을 받는 퇴역마를 제외해 도축되는 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육지부에 말을 도축해 반려동물 사료로 만드는 업체가 있으며, 퇴역과 동시에 폐기되는 경주마도 상당하다. 퇴역마를 포함해 도축되는 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말의 평균 수명은 평균 25년이지만 경주마는 5~6세가 되면 은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퇴역 경주마들은 남은 약 20여 년의 생을 퇴역마로서 제2의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는 말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퇴역마의 용도를 번식용, 승마용, 도축용 등으로 결정된다.
제주도가 도축후 다시 반려동물의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동물권'과 관련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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