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도심지 이호-함덕해변 밤마다 술판...코로나19 확산 우려-버려진 양심에 ‘몸살’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내 백사장 내 음주와 취식 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한달 째인 1일 밤 백사장과 경계석 데크에 사람들이 몰려 술을 마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내 백사장 내 음주와 취식 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한달 째인 1일 밤 백사장과 경계석 데크에 사람들이 몰려 술을 마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방역 수칙 위반으로 각종 민원이 빗발쳤던 제주 도심지 인근 해수욕장에 또다시 술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쓰레기 처리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백사장 내 야간 음주·취식 금지 해제 한 달째인 1일 이호해수욕장을 일대를 확인한 결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새벽까지 음주를 즐기며 무질서한 모습을 연출했다.

일몰 후 어둠이 깔리자 백사장과 도로 사이 경계석 주변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저마다 인근 마트와 편의점에서 구매한 술과 안주를 꺼내며 이른바 자리 싸움이 시작됐다.

밤 10시를 기해 식당과 카페 매장 내 영업이 금지되자, 술을 더 마시려는 취객들이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백사장 일대는 100여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야외 술판으로 변했다.

편의점 야외 취식 행위까지 금지 된 시간이지만 해수욕장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사람들이 빼곡이 자리를 잡아 2m 거리두기는 지켜질 리 만무했다. 마스크 착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취객은 바다를 향해 연신 폭죽을 터트렸다. 백사장 옆 정자에 모인 남녀 일행들은 블루투스 마이크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보란 듯이 소음을 유발했다.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내 백사장 내 음주와 취식 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한달 째인 1일 밤 백사장과 경계석 데크에 사람들이 몰려 술을 마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내 백사장 내 음주와 취식 금지 명령이 해제된 지 한달 째인 1일 밤 백사장과 경계석 데크에 사람들이 몰려 술을 마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일 밤 제주 도심지 인근에 위치한 함덕해수욕장 일대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술 판이 만들어졌다. 취객들이 도로를 가로지르며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성우 기자]
1일 밤 제주 도심지 인근에 위치한 함덕해수욕장 일대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술 판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경계석에 올라 술을 마시며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성우 기자]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에 백사장 맞은편에 위치한 단독주택. 거주자인 김모(60)씨는 밤바다 소음 유발에 노상방뇨까지 하는 젊은 취객들이 늘자, 최근 경고문을 문 앞에 내걸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에 백사장 맞은편에 위치한 단독주택. 거주자인 김모(60)씨는 밤바다 소음 유발에 노상방뇨까지 하는 젊은 취객들이 늘자, 최근 경고문을 문 앞에 내걸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백사장 바로 맞은편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김모(60)씨는 현장을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했다. 노상방뇨에 몸싸움으로 대문까지 파손되자 최근에는 집 앞에 경고문까지 내걸었다.

김씨는 “매일 밤 10시만 되면 시작이다. 술판이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며 “불꽃놀이에, 노상방뇨에, 몸싸움까지 말 그대로 난장판이다. 아침마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탑동광장이 폐쇄되면서 젊은이들이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이젠 단속도 하지 않는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술을 마시는 평상(데크)을 모두 철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2일 오전 6시30분 다시 찾은 현장은 쓰레기 천국이었다. 백사장 경계석에서 인도까지 술병과 음식물이 널브러져 아침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도로로 밀려났다.

백사장과 데크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술을 마시기 위해 펴 놓았던 돗자리에 술병과 종이컵, 치킨, 과자 등 온갖 음식물이 뒤섞여 악취를 풍겼다. 그 주변으로 까마귀 떼가 몰려들었다.

해수욕장에 내걸린 흡연금지 현수막에도 불구하고 백사장 곳곳에는 담배꽁초가 모래에 박혀 있었다. 소주병 뚜껑에 먹다 남은 과자, 음료수 캔, 커피 잔 등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해변은 술을 마신 사람들이 남기고 간 돗자리와 각종 쓰레기로 채워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해변은 술을 마신 사람들이 남기고 간 돗자리와 각종 쓰레기로 채워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금연금지 현수막에도 불구하고 모래사장 곳곳에는 담배꽁초로 넘쳤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금연금지 현수막에도 불구하고 모래사장 곳곳에는 담배꽁초로 넘쳤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모래 사장에 먹다 남은 술과 음식물이 널브러져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모래 사장에 먹다 남은 술과 음식물이 널브러져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오전 7시가 되자 1톤 화물차량 등장했다. 곧이어 4명이 경계석과 백사장을 돌며 쓰레기 수거를 시작했다. 이호동주민센터에서 고용한 환경미화 지원인력이었다.

작업 시작 후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1톤 화물차량의 적재함이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 전체 수거에만 꼬박 2~3시간이 걸렸다. 주말에는 차량을 2번 왕복해야 수거가 가능할 정도다.

환경미화 작업중이던 김수자(78)씨는 “오늘은 양반이다. 추석 연휴에는 백사장 전체가 쓰레기로 덮혔다. 한 곳에 모으면 수거라도 쉬운데 여기저기 뒤죽박죽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인근 이호유원지 방파제도 마찬가지다. 백사장에서 등대로 이어지는 150m 구간 방파제가 순식간에 야외 포차로 변했다. 조명까지 동원해 버너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호해수욕장은 6월30일 탑동광장이 전면 폐쇄되면서 야간에 바다 정취를 느끼며 야외에서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제주시는 7월23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이호테우해수욕장 행정명령’을 고시하고 7월26일 밤 10시부터 이호해수욕장 백사장 내 음주와 취식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2일 오전 7시 제주시 이호동주민센터 환경미화 지원 인력들이 이오테우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매일 아침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에만 꼬박 2~3시간이 걸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7시 제주시 이호동주민센터 환경미화 지원 인력들이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매일 아침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에만 꼬박 2~3시간이 걸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백사장에 설치된 평상(데크)에 먹다 남은 술과 음식물이 널브러져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취객들이 자리를 떠난 2일 새벽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의 모습. 백사장에 설치된 평상(데크)에 먹다 남은 술과 음식물이 널브러져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7시 제주시 이호동주민센터 환경미화 지원 인력들이 이오테우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매일 아침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에만 꼬박 2~3시간이 걸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7시 제주시 이호동주민센터 환경미화 지원 인력들이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매일 아침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에만 꼬박 2~3시간이 걸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후 해수욕장 폐장과 함께 9월1일 0시를 기해 행정명령이 해제되면서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단속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달 째 무질서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주시 동쪽 함덕 해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1일 자정이 다다른 시점까지 해안가 방파제를 중심으로 꽤 많은 인파가 몰렸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식당 이용이 금지된 시간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연신 현장을 오가며 음식을 실어날랐다. 배달 음식을 건네받은 사람들은 저마다 방파제 인근에 자리를 잡고 술판을 벌였다.

이튿날인 2일 새벽 함덕 해변가에는 지난 밤의 취객은 사라지고 쓰레기가 자리를 대신했다. 방파제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와 술병이 그대로였다. 분리수거 시도 흔적조차 없었다.

도로 삼거리 정중앙에 널부러진 치킨 뼈다귀와 무 조각에 차량들마저 멈칫거렸다. 버려진 양심에 해변가는 물론 해수욕장 주변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산책을 즐기는 주민 김정임(62)씨는 “오늘은 쓰레기 양이 그나마 적다. 심할 때는 방파제 길 따라 온통 쓰레기 판이다. 안그래도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으니 황당할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2일 이른 아침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주변 해안도로 방파제 위로 밤새 술자리를 가진 취객들이 버리고간 각종 쓰레기들이 수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이른 아침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주변 해안도로 방파제 위로 밤새 술자리를 가진 취객들이 버리고간 각종 쓰레기들이 수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새벽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들.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차량 운전자들도 이를 비켜 운행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제주의소리 [박성우 기자]
2일 새벽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들.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차량 운전자들도 이를 비켜 운행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제주의소리 [박성우 기자]
2일 새벽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일부는 종량제봉투를 사용했지만 취객 대부분은 모래사장에 그대로 쓰레기를 방치한채 자리를 떠났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새벽 제주 이호테우해수욕장 백사장에 버려진 쓰레기들. 일부는 종량제봉투를 사용했지만 취객 대부분은 모래사장에 그대로 쓰레기를 방치한채 자리를 떠났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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