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거 8개월 앞 갑작스런 발표 설왕설래...제주여중고-제주외고 이전 '무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제주시 노형동 제주고 부지에 2025년 개교를 목표로한 공립 고교 설립 계획을 7일 발표했다.

1986년 남녕고 개교 이후 제주도내 신설고교가 없어 이번 신설 계획이 추진될 경우 개교 시점 기준으로 35년 만의 고교 신설이다.

그동안 도민 인구가 50만에서 70만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14개교, 중학교 6개교가 늘어났지만 고교 설립은 전무했다. 

2025년에 고교가 개교하게 된다면 40년만에 새롭게 제주시 동지역에서 고교가 신설되는 셈이다.  

신설 공립 고교는 제주시 노형동 제주고 부지(28만6500㎡) 중 5만6300㎡ 규모에 투자금액은 300억원대다. 학년당 10학급 학생수는 290명으로 총 30학급에 870명 정원이다. 

문제는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갑작스럽게 고교 신설을 발표했다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연동과 노형동 등 신제주권 고교 설립은 교육감과 도의원, 교육의원 단골 선거공약이었고, 신제주권 학부모들의 경우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선거 8개월여를 앞두고 이석문 교육감의 이번 고교 신설계획 발표도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선 학생수가 10년 후에 줄어드는데 고등학교를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성화고를 일반계고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기됐었다. 

이 교육감은 사립인 제주여중고를 공립으로 전환, 신제주권으로 이전하려 했다. 하지만 사립학교 재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2025년부터 제주외고가 일반계고로 전환됨에 따라 학교를 제주시 동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지난 8월12일 이 교육감은 동지역 이전을 포기한 바 있다.

불과 2달만에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이 갑작스럽게 신제주권 공립 고교 설립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제주지역 학령 아동 및 학생 수 현황
제주지역 학령 아동 및 학생 수 현황

 

통상적인 학교 설립 절차를 보면 빨라야 4~5년, 늦으면 7~8년이 걸린다. 이 교육감은 신제주권 고교를 불과 3년 6개월여만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외도에 생기는 가칭 서부중학교의 경우도 부지확보에만 4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신설 고교의 경우 도교육청 소유의 땅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학교 설립이 걸림돌이었던 중앙투자심사도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동안 정부는 고교 신설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올해 7월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학급당 학생 수를 28명 미만 기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중앙투자심사가 용이하게 됐다.

교육감 선거용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 도교육청은 과대학교와 학급 해소를 위해서도 고교 설립은 필수라고 반박했다.

현재 제주지역 고교 학생수는 1만8391명이다. 2023년 1만9171명, 2024년 1만9673명, 2025년 1만9766명, 2026년 1만9617명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8년에는 2만1257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 학급당 학생 수가 29.1명으로 전국 평균 25.1명과 비교할 때 전국 최고 수준이여서 과밀학급 해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공립 고교인 제주일고 42개 학급, 제주중앙여고 38개 학급으로 더 이상 학급수를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만큼 학교 신설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2025년 학교 개교도 빠듯하다. 도교육청은 최근에야 학교설립 계획수립을 마무리했고, 11월까지 지방재정투자 심의를 마치고,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도시계획 시설결정을 위해 시설결정 용역을 착수하고,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제주시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도시계획시설 결정만 7~8개월 걸린다. 시설로 고시되면 제주도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도의회 공유재산심의도 받아야 한다. 

도교육청은 내년 10월까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2023년까지 기본계획와 실시설계를 마친 후 시설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신설 고교가 들어서는 곳이 학교부지이기 때문에 교육환경평가, 부지매입 절차가 생략돼 그나마 빨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고교 신설이 교육감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의 경우 3~4년이면 과대학교 문제가 사라지지만 고교의 경우 2028년까지 학생수가 늘어나게 돼 고교 신설은 필수"라며 "특히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서라면 고교를 2~3개 더 신설해야 해소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부가 중앙투자심사를 통해 고교 신설을 억제해 왔는데 학급당 학생수를 28명 내로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기에 중앙투자심사도 쉽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제주권 학부모들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선거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제주외고의 동지역 이전이 무산된 게 컸다"며 "과대, 과밀학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교 신설은 필요하다.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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