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법원, 도시공원 실시계획 고시 ‘당연무효’ 판결...확정시 공원 22곳 530만㎡ 난개발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중문공원 토지주 25명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 작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중문공원 토지주 25명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 작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 그래픽=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법원이 일몰제 직전에 이뤄진 도시공원 실시계획 작성 고시를 당연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마라도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도시공원이 일제히 해제될 위기에 몰렸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중문공원 토지주 25명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 작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20년 6월24일 서귀포시가 발표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삼매봉공원 외 5개소) 실시계획 작성 고시’의 행정처분이 당연무효에 해당돼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해당 지역은 1986년 5월22일 당시 건설부장관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고시하면서 개발이 제한됐다. 이어 2015년 6월26일 서귀포시가 도시관리계획(도시공원 조성계획)을 결정・고시했다.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사유지를 공원과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고 10년간 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사유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01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된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고시일부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부터 도시공원의 효력은 상실하게 됐다.

도내 도시공원은 제주시 190곳 709만㎡, 서귀포시 54곳 281만㎡을 포함해 총 244곳 991만㎡에 이른다. 이중 일몰제가 적용된 장기미집행 공원은 68.5%인 39곳 679만㎡이었다.

서귀포시는 2020년 7월1일자 일몰제 적용을 일주일 앞둔 그해 6월24일 중문공원 등 도시공원 6곳을 존치하기 위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작성을 고시했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중문공원 토지주 25명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 작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진은 중문공원 위치도.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중문공원 토지주 25명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 작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진은 중문공원 위치도.

관내 일몰제 적용 도시공원 10곳은 중문공원(6.7만㎡)을 포함해 삼매봉공원(62.6만㎡), 강창학공원(49.3만㎡), 엉또공원(9.2만㎡), 시흥공원(4.8만㎡), 식산공원(5.4만㎡) 등 6곳이다.

재판부는 일몰제 적용 직전에 이뤄진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작성이 2016년부터 개정된 환경영향평가법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43조 1항과 시행령 제59조, 제61조에는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도시지역은 사업계획 면적이 6만㎡ 이상이면 사업 승인 전까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대상지인 중문공원과 엉또공원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발생해 실시계획 작성 고시가 자체가 당연 무효라고 판단했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6개 도시공원에 대한 일몰제가 동시에 적용돼 도시계획시설 지정에 대한 효력이 상실된다. 서귀포시가 실시계획 작성 고시를 묶어서 행정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주시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계획 작성 고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제주시 일몰제 대상지는 어린이공원 10곳과 근린공원 16곳 등 모두 26곳이다.

이중 근린공원 16곳도 일몰제 적용을 보름여 앞둔 2020년 6월17일 실시계획 작성 고시가 동시에 이뤄졌다. 대상지는 남조봉공원 사라봉공원, 용담공원, 서부공원, 고산공원 등이다.

법원의 1심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10만㎡ 이하 6만㎡ 이상 신비의도로공원(9.6만㎡) 및 상도공원(8.5만㎡) 2곳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다.

이들 공원 역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양 행정시는 환경영향평가법은 2011년 제정됐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2016년 적용됐다며 법원 판결에 곧바로 반박했다.

도내 도시공원은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되기 전인 1986년 국토계획법에 따라 이미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 양 행정시의 주장이다.

특히 2016년 11월29일 개정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부칙 제10조(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관한 경과조치)의 경과규정까지 내세워 재판부의 판단을 반박했다.

반면 재판부는 국토계획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달리 봤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국토계획법에 의한 것이고 도시계획시설 결정 자체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즉, 환경영향평가법 제정 목적과 취지에 비춰 법률 시행 이전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됐다는 사정만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제44조에 따라 5년간 사업 지연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1심 판결 확정으로 제주시에도 동일 소송이 제기될 경우 최대 530만㎡에 이르는 도내 22개 도시공원에 대한 개발제한 행위가 일제히 풀릴 수도 있다.

소송 당사자인 서귀포시는 환경부의 법령 해석 등을 토대로 판결문을 다시 분석해 조만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제주시도 소송에 대비해 법리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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