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44) 그 사람, 꾀가 박아진 사람이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쏠두리에 : (속과 겉이 달라) 약은 속셈을 감춘 사람

그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속과 겉이 다르니 그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사진=픽사베이.
그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속과 겉이 다르니 그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사진=픽사베이.

그 사람, 겉으로는 어중간(於中間)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사람이다. 보기에는 의뭉한 듯하나 속은 똑똑하고 세상 물정에도 밝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얼 잘 모르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사실과 다름을 얘기할 때 쓰는 말이다.

다소간 ‘그 사람 말이나 행동이 썩 세련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하고는 아주 딴판이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잘할 듯 못할 듯 하는 것이지, 사실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우습게보거나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대놓고 명심해서 상대하라는 경계의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면 좋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쏠두리에’가 상대방과 친숙하지 못하므로 일부러 쇼맨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좀 과장된 얘기를 한다든지 사실을 지나치게 미화(美化)하거나 할 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주의해서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무난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이 쓰던 말이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어 하는 말이나 행동도 천인천색이므로 이 말이 그 분위기나 상황에 맞게 유효적절하게 쓰이게 된다.

“다시 고람심에 맹심해영 드르라이. 그 사름 경 순진허여 보여도 기영 아니허연 속은 디깍허면서도 아닌 것고치 쏠두리에질 허는 거여. 알아들엄시냐?(다시 말하니 명심해 들어라. 그 사람 그렇게 순진해 보여도 그렇지 아니해 속은 꽉 찼으면서도 아닌 것같이 쏠두리에 질을 하는 거야, 알아들었니?)”

그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속과 겉이 다르니 그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너무 상대를 과신했다가 곤궁에 빠지거나 애매모호한 입장에 놓여 곤혹을 치를 수도 있으니, 잘 살피고 사리 판단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조신해서 나쁠 게 무언가.

다만 너무 예민했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니, 그 자리에 맞게, 전체의 분위기나 흐름에 잘 맞춰 나가야 함은 말할 것이 없다.

사족을 달거니와 ‘쏠두리에’는 좀 더 나아가는 것으로, 그렇게 바르고 곧은 태도는 아니다. 경솔하게 행세하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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