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백신 접종 완료 67.6%, 머지 않은 단계적 일상회복...'불투명성' 우려도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지 않고, 거리두기를 완화한 채 중증 환자관리에 집중하는 방역체계를 뜻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역적 특수성을 지닌 제주에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게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 국민 70% 백신 접종 완료 시점이 오는 10월 25일 주 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주 정도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했을 때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11월 9일쯤이면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 청장의 이날 발언은 시기까지 특정지은 것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드 코로나'에 가장 주효하게 작용할 제주지역 백신 접종 현황을 살펴보면 10일 오전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51만2908명, 접종 완료자는 38만9025명이다.

도민 전체 인구 대비 1차 접종자는 76.0%, 접종 완료자는 57.7%로, 접종 대상 대비로는 1차 89.2%, 완료 67.6%다. 전국적인 백신 접종과 흐름을 같이 하며 11월 첫째 주에는 접종 완료자는 70%를 넘어설 전망이다.

◇ 발목 잡힌 제주경제...상인들도 "일상 회복" 호소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은 그간 지속적으로 고민됐고, 또 요구돼 왔다. 확진자의 수에 따라 집합금지 등의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현행 조치는 방역 효과보다 쏟아야 하는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더 크다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의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제주도의회가 발표한 '코로나19 발생이 제주경제와 세입에 미친 영향과 대응'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제주경제는 -7.5% 성장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부진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1.5%에 비해 급격히 하락한 결과였다.

2020년 제주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715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82건보다 22% 정도 늘어났다. 법인 파산 신청도 15건으로, 전년도 8건에 비해 갑절 늘어났다. 올해도 8월까지 제주지법에 접수된 개인파산신청이 433건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상공회의소가 지역 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전망' 결과도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제주 제조업의 올해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87p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0p 하락했다. BSI란 기업들이 현장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함을 뜻한다.

제주시 화북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41)씨는 "한 달 한 달 빚을 늘려가면서 버티는 수준이다. 배달로 전환해도 경쟁력이 있는 메뉴가 못되다보니 '제발 좀 (코로나19 시국이)끝났으면' 비는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신문 기사를 확인하거나 재난문자를 받는 일이 가장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왜 누군가의 피해를 강요하는 방역을 지켜가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제주에 거의 3천명 가까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사망자는 단 2명뿐이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물론 '사망자 2명'이라는 결과는 그동안 방역에 모든 총력을 기울인 끝에 최소화된 결과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원천적으로 감염을 막기보다 병세 진전을 막아서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고려할 사안이기도 하다.

관광업에 종사하다 일자리를 잃은 고모(37)씨는 "코로나 시국에서 자녀가 늘었는데, 지원금만으로 어떻게 가정을 지킬 수 있겠나. 하루라도 빨리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걱정 뿐"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스포츠를 즐겨보는데, 해외의 한 경기장에 마스크를 아무도 쓰지 않은 채 수 만명이 몰려들어 있는 것을 보며 웬지 모를 박탈감까지 느껴지더라"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8월 들어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싱가포르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하며 집합금지 조항과 마스크 착용 의무 조항 등을 완화하기도 했다. 선행 조건은 역시 백신 접종률로, 해당 국가는 대부분 80%대의 접종 완료된 곳이다.

◇ 제주섬, '밀려들 관광인파 수용 가능한가' 우려도 여전

'위드 코로나'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여타 지역과는 달리 관광지라는 점에서 일상으로의 회복이 이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되는 곳은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광객 입도현황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제주를 찾은 누적 관광객은 888만400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관광객 767만2240명에 비해 15.8% 증가한 것이고,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162만2503명의 76%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미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 개천절 연휴 기간 동안 제주를 찾아든 관광객이 15만5985명으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8일부터 오는 11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한글날 연휴에도 15만8000여명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제4차 대유행이 정점이었던 지난달 8월 성수기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형국이다. 억압됐던 여행 수요가 폭증하며 제주 관광시장도 불안정한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접촉이 늘어날 수록 감염 매개는 많아진다. 이전 사례를 돌아봐도 지역 내 집단감염의 시작은 수도권 등의 대유행이었다.

관광업계도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이슈는 아직 일상 회복, 의료체계 개편 등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어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정 국가의 해외여행 규제가 풀리는 등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꾸준히 예의주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섬이라는 특성 상 방역체계의 한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몇 차례의 걸친 위기 속에서 가용 병상을 늘려왔고, 현재는 600여곳의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과 서귀포의료원, 제주의료원 등에도 코로나19 병상을 만들었고, 생활치료센터를 추가 개소하며 숨통을 틔웠다.

다만, '위드 코로나' 이후 가용병상 이상의 치료 대상이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는 지역 자체적으로 의료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뒤따른다.

제주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조금은 갑작스럽게 선언식으로 던져진 측면이 있는데,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해야 할 다음주 쯤이면 정부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가치료 등 방법이 없진 않을 것"이라며 "초기에는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재 기준에 맞게끔 방역에 주력하고, 때에 따른 기준을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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