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31) 한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 ‘김종우’ 샛별한라봉농장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농사만 지으면 목돈은 들어올지 몰라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어요.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내려간 데다 육지에서도 감귤 재배를 하고 있어 제주감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관행적 농법을 탈피하고 혁신을 받아들이는 등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과수 부문에서 제주 최초로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에 선정된 김종우(63) 샛별한라봉농장 대표. 농업과 IT기술을 접목한 ICT 융복합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청년 창업농을 포함한 제주 농민들을 위해 고품질 감귤류 생산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6차산업인이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제주 감귤 농가의 발전을 위해 수년간 제주대학교와 농협, 농업기술원 등 곳곳에 강의를 나가며 희망있는 농업,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9년 ‘새농민상’, 2013년 국가지정 ‘농업마이스터’, 2019년 ‘신지식농업인’, 2021년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 등 소위 농업계 그랜드슬램을 제주 최초로 달성한 명인을 [제주의소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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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에 선정된 김종우 샛별한라봉농장 대표. 그는 제주감귤 농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정관념과 관행을 탈피하고 혁신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행복한 농가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그는 교육에 나선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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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은 농업마이스터를 비롯한 감귤 농업 전문가로 인정 받은 뒤 영농 교육에 진심을 쏟고 있다. ⓒ제주의소리

명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1985년 수도권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IT 전문 기업인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부장을 역임했던 IT 전문가다.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2002년 귀향한 뒤 수많은 노력 끝에 그는 어느덧 농업 명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이처럼 수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혁신과 변화’ 덕분이라며 결코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뒤 차별화된 영농 전략을 세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와 감귤연구소를 수차례 방문하며 고민했고 외국 문헌까지 살펴본 끝에 다공질 필름 ‘타이벡’을 이용한 재배법을 시작해게 됐다.

당시에는 혁신적이었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재배 방식이 된 ‘타이벡 농법’을 최초로 도입한 것도 그다. 방수와 통기성을 지는 건축용 자재인 타이벡을 밭에 깔아 감귤 당도를 높였고 이는 소득증대로 이어졌다. 

나무 간벌을 통해 간격을 벌리고 방풍수 제거, 성목 이식, 높은 이랑 등 기존 생산체계를 뒤바꾸는 행동으로 자칫 모험이 될 수 있었음에도 혁신을 위해 과감히 시도했고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타이벡으로 토양을 덮어두니 과실의 당도가 높아졌고 흰색 타이벡에서 반사되는 산란광이 하단 과실에도 골고루 비쳐 착색도 균일했다. 이처럼 입증된 성과를 다른 농가와도 함께 나누기 위해 명인은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타이벡 활용 감귤재배지침서’를 만들기도 했다. 

타이벡 농법의 소개와 필요성, 환경 개선법, 설치와 관리요령 등을 담아 공유하고 2009년에는 감귤사랑동호회를 만들어 자신이 익힌 영농 기술을 교류하고 고품질 생산 교육과 병해충 예방법 등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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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벡이 깔린 밭에는 주황빛 감귤이 영글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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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조생 감귤 수확이 한창인 샛별한라봉농장. ⓒ제주의소리

더불어 타이벡 재배 시 U자형 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을 주름관에 클립형으로 부착하도록 바꿔 감귤 품질을 높였고, 피복 시기를 앞당겨 경영비를 감소시키기도 했다.

명인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IT 전문가인 만큼 하우스에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나무마다 반도체 칩이 내장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태그를 설치해 세밀하게 관리하는 등 혁신을 추구했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덕분에 하우스 관리는 더 편해졌다. 설정해둔 온도보다 높거나 낮은 것으로 파악될 경우 스마트폰으로 알람이 울려 실시간 상황을 알 수 있게 됐고 직접 가지 않더라도 앱 하나로 차단막을 작동하거나 물을 줄 수 있었다.

취재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에도 하우스 내부 온도가 설정해둔 온도보다 높아지자 알람이 울렸고, 명인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조치를 취했다.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읽어내는 인식시스템인 RFID를 활용해 각 나무의 상태가 담긴 정보를 입력한 뒤 어떤 나무가 맛있는 과실을 빚어내는지 확인했다.

얼마나 물을 주고 어떤 비료를 뿌렸는지 등 나무의 생장 상태와 휴대용 비파괴 당도계를 통해 측정한 해당 나무의 감귤 당도를 RFID에 입력한 것. 이를 바탕으로 수확 철을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품질 상태를 확인한 뒤 ‘맛있는 감귤’만 골라 수확할 수 있었다.

수확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고품질 감귤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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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공공기관 연계 육성사업인 'OpenLab구축사업' 일환으로 기상에 따른 노지 감귤류 재배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샛별한라봉농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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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ID 태그가 설치된 감귤나무. 반도체 칩이 내장된 RFID에 감귤의 당도와 나무 생장 현황 등을 기록해 적절한 수확 시기를 판단하고 맛있는 감귤을 생산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이 같은 명인의 혁신은 서울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2번과 감귤 10kg 1상자를 5만8000원에 판매하며 최고가를 달성하는 등 성과로 증명해왔다. 그동안 받아온 상장과 표창장 역시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2010년 초고품질 과실 품질평가 우수상(농촌진흥청), 국무총리 표창 ▲2011년 탑푸르트 단지 최우수(농식품부) ▲2013년 국가지정 농업마이스터 선정 ▲소득증대를 통한 농림축산식품산업 발전 표창(농식품부), 제50회 새농민상 본상(농업협동조합중앙회) ▲2017년 감귤부문 농업인상(제주도지사) ▲2020년 농촌진흥사업 발전(농촌진흥청) ▲2021년 과수 부문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농촌진흥청) 등을 받았다. 

명인은 생산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감귤 부산물인 껍질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다 ‘감귤박 활용 활성탄 제조기술’을 개발,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버려지는 감귤껍질을 숯과 같은 활성탄으로 만들면 새로운 농가 소득원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명인은 현재 미래 영농 발전을 위한 디지털 농업에 집중하며 제조업을 잠시 멈췄다. 병해충 발생 상황을 스스로 찾아내고 방제법을 알려주는 앱을 공동 개발 중이며 생육 환경 자동 관리를 위한 스마트팜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상을 받아온 것은 혁신을 통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직접 증명해 보이기 위함이었다”며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모두가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변화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행을 못 벗어난다. 당장 간벌을 해야 한다고 하면 양이 줄어들까 걱정돼 손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계시는 분들이 대다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귤농업 종사자 모두가 실천하면 제주감귤 2조원 시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깨뜨리는 강제착색이나 왁스코팅, 비상품 감귤 보내기 등을 하지 말고 양보다 고품질로 승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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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제주도와 제주시, 농협중앙회 제주시지부가 주관하는 농업성공대학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내 농장의 경쟁력 키우기'를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는 명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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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는 빛깔 좋은 감귤이 달려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농업이 활성화되고 농민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을 탈피하는 발상의 전환과 차별화된 농장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다양한 영농 기술을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6차산업과 관련해서는 “여건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앞으로 살아남는 길은 6차산업에 있다. 체험이나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판매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ICT와 BT 등 첨단기술의 발달과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한 6차산업화 움직임은 제주 농업농촌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명인은 “앞으로 감귤 성분을 활용한 기능성 제품도 만들고 농장 여건을 개선해 체험객과 교육생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교육도 꾸준히 다녀 모두가 잘 사는 농촌을 만들고 싶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샛별한라봉농장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효돈로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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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시설이 설치된 하우스 시설 내부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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