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플러스 제주 2021]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기후위기 경고

 

46억년 지구의 역사 속에서 거쳐 온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건을 담담하게 풀어낸 지구 과학자. 그는 현재의 인류가 여섯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맞았다는 경고를 서슴 없이 던졌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인류가 만들어낸 만큼 해결의 책임도 오롯이 인류에게 달려있다는 주장이다.

15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테크플러스(tech+) 제주 2021'의 첫 강연자로 나선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기후위기와 인류세'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15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테크플러스(tech+) 제주 2021'의 첫 강연자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15일 오후 2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테크플러스(tech+) 제주 2021'의 첫 강연자로 나섰다. ⓒ제주의소리

이 관장은 "아름다운 제주는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58년 동안 기온이 1.7도 올랐고, 36년 동안 해수온이 3.6도의 올랐다. 전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구의 탄생과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수 억년에 걸쳐 지구가 맞이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소개했다.

이 관장은 "기후란 생명에게 생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후가 바뀌면 살아가는 생명도 달라진다. 그걸 바로 진화라고 한다"며 "진화의 핵심 원동력은 멸종이다. 누군가 사라져야 그 자리에 누군가가 생길 수 있다. 멸종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내가 멸종하는 것이 슬픈 것이다. 인류만 살아갈 수 없으니 다른 생명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전제했다.

첫번째 대멸종은 5억41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학명 오르도비스기인 당시에는 지구에 연체동물이 막 생겨날 때인데, 갑자기 지구 생명체의 85%가 이 시기에 멸종한다. 이 관장은 당시 지구가 얼음덩어리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생명체는 바다에 살고 있었는데, 바다로 내려가야 할 물이 육상의 빙하가 되면서 해수면이 낮아졌고, 생명체도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지구는 실루리아기, 데본기를 거치며 절지동물이 생겨나고,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해 육지로 올라갔다. 그런데 잘 살고 있던 중 갑자기 생명체의 70%가 멸종한다. 두번째 대멸종으로, 이 또한 기후의 문제였다. 이전에는 순수한 물만 바다로 내려갔는데, 육상에 생명체가 살면서 많은 영양소가 바다로 흘러들었고, 적조·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환경 변화를 맞았다는 것이다. 당시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으로 인해 열폭풍과 화산이 터지고, 바다를 산성화시킨 것도 멸종을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세번째 대멸종은 고생대가 끝나고 중생대로 넘어가는 2억4500만년 전에 맞았다. 당시 생명의 95%가 멸종될 정도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시기였다. 모든 대륙이 하나로 합쳐지며 식생환경이 크게 변했고, 대기의 산소농도도 순식간에 높아졌다가 떨어진 시기다. 이에 더해 대형 화산까지 터지며 멸종을 가속화했다.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로 넘어오는 시기 80%의 생명이 멸종하는 네번째 대멸종을 맞았고, 다섯번째 대멸종은 그 유명한 공룡이 사라진 시기다. 이 관장은 "제가 학교 다닐땐 공룡 멸종 이론이 100가지가 넘었다. 쓸만한 이론이 하나도 없었단 얘기지만, 이젠 초등학교 아이들도 공룡의 멸종 이유를 안다. 지름 10km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혀서 열폭풍·쓰나미가 발생하고 화산이 터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눈여겨 볼 점은 멸종이 시작돼도 처음 동물의 양은 똑같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1000개 종이 1억마리가 있었다면, 그 다음에는 100개 종이 1억마리가 있었던 차이다. 생물 다양성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다양성이 떨어진 생태계는 멸종과 가까운 취약한 생태계"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현대 사회에 적용했다. 이 관장은 "1만년전 지구상의 99.9%가 야생동물이었고 인간과 가축은 0.1%였다. 지금은 어떤가. 인간과 가축이 97%, 야생동물은 3%에 불과하다. 생물 개체수는 1만년 전과 지금이 똑같다. 생물의 다양성만 달라진 것"이라며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은 해봐야 10종 정도다. 마치 공룡이 멸종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장은 "20여년 전부터 강의를 할 때 멸종이 오는 시기가 짧으면 500년, 길면 1만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500년은 겁주려고 너무 짧게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500년도 너무 길게 얘기한것 아닌가 싶다"며 "지금 우린 여섯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롤러코스터와 비슷하다. 꼭대기로 올라갈 때는 차곡차곡 기어를 올리다가 꼭대기에서 한 번에 떨어진다.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며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은 기후위기 때문이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당시는 자연적인 원인이었다면 현재의 기후위기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아직 희망은 있다. 인류만 변하면 된다"며 "이미 더 좋은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로, 인류는 에너지전환을 통한 정책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의소리가 공동 주관하는 '테크플러스(tech+) 제주 2021'은 ‘제주의 대전환; GREEN RECOVERY’를 주제로 제주의 미래발전 방향과 비전을 고찰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테크플러스(Tech+)란 Technology, Economy, Culture, Human 등 4개 분야를 의미하는 테크(Tech)에 세상을 바꾸는 생각이나 지식을 더해(+)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