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發光] 풍력자원 사유화는 공유자원에 대한 도둑질
김동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전문연구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 드론촬영 사진. ⓒ제주의소리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 드론촬영 사진. ⓒ제주의소리

공유 공간에 대한 권리를 사익추구 위해 거래?

최근 한 지역에서 열린 해상풍력 발전토론회에서 다녀왔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항만과 산업단지를 갖고 있는 이곳은 에너지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배후항만 및 산단 조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자·주민·어업인 간 공정한 이익 공유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풍황 자원 조사이다. 육상풍력의 경우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통해 계측기를 설치할 수 있고, 해상풍력은 국가소유인 공유수면의 점·사용허가를 받고 계측기를 설치한다. 

이곳의 어떤 한 사업자는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취득한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여 해상풍력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기존 사업자도 아직 풍황계측기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풍력자원 조사결과 자료도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이들 사이에 거래가 오간 상품은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기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권,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어떻게 우리 모두의 공유 공간에 대한 권리를 사적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거래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기존사업자를 인수한 새로운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행정관청으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취득하는데 드는 시간을 절약했다고 볼 수 있고, 그만큼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 간에 얼마의 금액으로 매매를 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과연 기존 사업자가 점․사용허가를 취득하는데 드는 실제 비용만을 받았을까?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어?"라는 일반론을 적용해보면 분명히 "실비 +a"의 금액이 오고갔을 가능성이 크다. 

본래 풍황계측기 설치를 목적으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그 목적을 수행할 수 없었다면, 당연히 점·사용허가를 취소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모종의 비용을 통한 거래행위가 있었다면, 그 비용만큼은 굳이 지불하지도 않아도 될 추가비용이라고 할 수 있고, 그만큼 총사업비는 더 늘어나게 되며, 발전단가는 올라가게 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해외투자자들이 기존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인수했다는 언론보도를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사례들은 비단 이곳에서만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각각의 사업들이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위한 수많은 인허가 단계 중 어느 정도까지 획득한 사업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 준공을 해서 운영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므로 실제로 이들이 돈을 받고 거래한 것은 물리적 실체로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아니라, 공유수면인 바다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불고 있는 바람이라는 자연에너지이다. 즉, 이들은 사적인 이윤획득을 위해 공유자원을 사유화하고 상품화했다.

사유화를 막아왔지만, 퇴행하는 제주의 공공개발 제도 

대한민국 풍력발전 일번지인 제주도에서도 10여 년 전에 이러한 사례가 발생했었다.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민간 개발업자가 최종 발전사업자에게 얼마간의 돈을 받고 허가권을 매각해버린 것이다. 그들이 거래한 것은 허가권이라는 종이 한 장이었지만, 실제로 거래한 것은 전력생산에 무료로 투입되는 원료로서 바람이라는 자연에너지의 기여로 만들어진 기대수익이었다. 

이런 거래에서 판매자는 실제 소요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얻어서 돈을 벌었고, 구매자 또한 해당되는 비용을 총사업비에 반영하였기에, 판매자와 구매자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결국 이런 모든 비용들은 발전원가에 포함된 채 전기요금에 전가되어 소비자인 국민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었다. 

나는 위와 같은 사례에서처럼, 최종적인 발전사업자도 아니면서, 초기의 몇 가지 인허가 단계를 거친 후 거기에 소위 프리미엄을 얹은 채 허가권을 매매하는 행위는 우리 모두의 공유자원인 바람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유자원의 사유화는 도둑질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통해 관련 제도 개선을 꾸준히 제안했고, 그 결과 제주도의회의 주도로 2013년 7월 10일 개정·공포된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 사업허가 및 지구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 제14조 4항이 다음과 같이 신설되었다.

"④ 도지사는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하여 예정발전사업자가 허가권만을 양수하거나 분할·합병할 경우 그 허가권을 취소할 수 있다. <신설 2013.7.10.>" 

이날 이후,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민간 개발업자들이 입도선매 방식으로 새로운 풍력발전사업허가를 받는 시도들은 사그라들었다.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인 2015년 10월 제주도는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 발표를 통해 도 산하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육·해상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하여 앞으로 모든 풍력발전지구 지정 절차를 추진토록 하였다. 

이에 따라 제주에너지공사는 주민공모를 통해 이해관계인의 동의서를 첨부한 유치신청을 받아 육상풍력지구 1개소, 해상풍력발전지구 3개소를 선정하여 현재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처럼, 허가권을 매매하는 대신 아예 발전사업허가권을 보유한 업체의 지분을 인수해버리는 방법을 통해 사실상의 허가권을 매매하는 행위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기존 사업을 대상으로 했을 뿐 신규 사업은 공공주도 계획에 따라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전문연구관

안타깝게도 어떤 사유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최근 제주도는 위 풍력조례 조항을 삭제하는 입법예고를 하였고, 조만간 제주도의회에서 심의를 할 예정이다.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처럼 주민들과의 재생에너지개발 이익 공유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는 공공 개발자를 도입하거나, 그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제주도는 이미 잘 만들어진 제도조차 없애버리려는 듯하다.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라는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제도의 도입 취지와 배경을 다시 한 번 숙고해 보기를 바란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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