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설가 강준, 장편 소설 ‘제주랩소디’ 발간...국제자유도시 개발 비판

사진=알라딘.

제주 소설가 강준이 새 책을 펴냈다. 제주도를 삼킬 듯 밀려들었던 중국 자본과 개개인의 욕망을 한데 묶은 장편소설 ‘제주랩소디’(도서출판 황금알)이다.

‘제주랩소디’는 제주 국제자유도시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외국인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중국인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부터 코로나 이전까지 약 20년의 시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섬이 중국 자본에 의해 침식되자 토착민 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토호 세력과 위정자들이 개입하며 각종 부조리한 사건이 일어난다. 여기에 작품의 주인공인 세 명의 청년은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 꿈을 품고 애증 전선을 형성한다. 

정치, 행정, 언론, 자본 등 다양한 권력 관계를 파헤치는 작가 특유의 시선은 여기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작품 소재 상 화교나 조선족 등 중국 인물과 문화를 나름 비중 있게 다룬 점도 흥미롭다.  

출판사는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추리와 흥분이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난 제주도에 중국인 1만 명을 이주시켜 불야성의 왕국을 건설할 거야. 자네도 월급쟁이 그만두고 나랑 같이 힘 합치는 게 어때?”

금산은 하나랜드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었다.

“난 커다란 극장을 만들 거야. 자네 중국을 여행했으면 봤을 거야. 대규모 인원이 출연하는 스펙타클한 버라이어티 쇼 말이야. 제주에 와야만 볼 수 있는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종합퍼포먼스를 개발해서 야간 관광 상품으로 만들 거야. 값싼 중국 노동력을 활용하면 대박이 터질 거라구. 자네 거기 극장을 맡아주지 않겠나?”

친구를 위한 금산의 선의는 믿지만 회유라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좋은 아이디어군. 고맙지만 난 배부른 돼지보단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로 작정하고 기자가 됐네.”

- ‘제주랩소디’ 가운데


“암. 큰 이득이지. 앞으로 제주도를 먹여 살릴 귀중한 블루오션 프로젝트야. 하나도 개발로 건설경기가 살아날 거고, 젊은이들 일자리가 생겨나고 관광객이 몰려들면 제주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거기다 연간 지방세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봤어?”

“하지만 그 전에 그 땅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지역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무너지고 가족이 해체되는 건 생각해보셨나요?”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논리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야. 자원이나 자본이 취약한 이 땅에서 관광사업을 마냥 경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어. 지금은 글로벌 세상이고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제주가 살 수 있어.”

“도대체 얼마나 끌어모아야 제주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까? 지금 몰려드는 관광객만으로도 제주는 포화지경입니다. 좁은 도로에 차는 막히고 오수와 쓰레기는 넘치는데,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면 청량과 쾌적함을 사랑하는 제주민들은 어디 가서 숨을 쉬란 말입니까?”

용찬의 말에 전형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 ‘제주랩소디’ 가운데

저자는 제주지역 일간지에 1년 간 연재한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연재 작업에 손발을 맞춘 고재만 화백의 삽화로 표지를 채웠다. 

강준 작가.

그는 중국 난민선 ‘해상호’ 후손인 제주 화교의 도움을 받아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책머리에서 “인생은 지난한 여행이다. 그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겐 인생이 아름답다. 이 소설을 쓰면서 화교와 조선족, 그들과 네트워크 관계에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국에서의 생은 고달프고 팍팍했으나 바퀴에 깔리고도 일어서는 우엉처럼 그들의 삶은 파란만장하면서도 의지적이었음에 인생의 깊이를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주는 이제 이주민과 외국인이 많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고 밝혔다.

352쪽, 황금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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