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89) humor 유머

humor [hjúːmǝr] n. 유머
유머를 일러먹은 정치
(유머를 잃어버린 정치)

humo(u)r는 14세기 중반부터 ‘(동물과 식물의) 분비액(=fluid or juice of an animal or plant)’이란 뜻으로 쓰였다. 특히, 인간의 몸(human body)에서 나오는 네 가지 액을 지칭했는데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blood), 뇌에서 나오는 점액(phlegm), 간에서 나오는 담즙(yellow bile)과 비장에서 나오는 담즙(black bile)을 뜻하였다. 그러다가 1520년경부터는 ‘일시적인 기분이나 마음의 상태(=mood, temporary state of mind’를 뜻하는 말로 쓰였고, 1680년대부터는 현재와 같은 ‘유머나 해학(=amusing quality, funniness, jocular turn of mind)’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정치적 유머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II)을 승전으로 이끌었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1874-1965) 수상이다. 기업 국유화(nationalization) 논란이 한창이던 시절, 그가 의회 화장실(restroom)에서 볼일을 보는 중이었다. 때마침 “자국내(domestic) 큰 기업들은 모두 국유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던 애틀리 노동당(the Labor Party) 당수가 바로 옆자리로 오자, 처칠은 얼른 다른 자리로 이동한다. 이를 본 애틀리 당수가 “왜 나를 피해 멀리 가는 거요?”라고 하자, 처칠은 태연히 이렇게 응수(response)한다. “당신들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는데 내 것을 보면 이것도 국유화해야 한다고 할까 봐서....”

또 이런 일화(episode)도 있었다. 처칠이 연설(public speech)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missed his step) 넘어진 적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청중들(audience)이 웃자 처칠은 이렇게 답한다. “제가 넘어져 국민이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그의 유머는 단순한 해학을 넘어서서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사진=pixabay.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는 진영논리와 내로남불식 사고에서 나오는 욕설과 비난만 난무할 뿐 이런 유머러스한 유머가 없다. 아무리 죽기살기식의 정쟁을 하더라도 정치인들의 언사에는 유머가 녹아 있어야 한다. 유머가 있어야만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고,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미국의 대통령들도 이에 못지않다. 링컨(1809-1965) 대통령이 가난해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독학(self-study)으로 변호사(lawyer)가 되고, 당시 불어 닥친 샌프란시스코 금광개발 붐에 힘입어 철도 관련 계약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신인 정치인(new politician)으로 나선 시절이었다. 당시 공화당 최고의 대통령 후보(candidate)였던 더글라스 상원의원(senate)은 링컨을 두고 “말은 잘하지만, 실제는 철도계약과 관련해 폭리(excessive profits)를 취한 타락한 이중인격 정치인”이라는 뜻으로 “두 얼굴을 가진(two-faced) 사람”이라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한다. 링컨은 그때 이렇게 응수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만일 제가 얼굴이 하나 더 있었더라면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하필 잘생긴 얼굴(a handsome face)을 놔두고 이렇게 못생긴 얼굴로(with an ugly face) 여기에 나왔겠습니까?“ 

로널드 레이건 또한 유머가 넘치는 대통령이었다. 그가 73세 고령의 나이(old age)로 재선(re-election)에 도전했을 때, 대선 경쟁자(competitor)인 민주당 월터 먼데일은 TV토론에서 “당신의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레이건이 고령인 점을 걸고넘어졌다. 레이건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선거에서 당신의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질문을 던진 먼데일조차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couldn’t help smiling).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는 진영논리(camp logic)와 내로남불식(egocentric) 사고에서 나오는 욕설과 비난(insult and abuse)만 난무할 뿐 이런 유머러스한 유머가 없다. 어떤 정치인들은 폭언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며 국민에게 정치 혐오증(politics aversion)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또 어떤 정치인들은 막말을 쏟아내며 지역 간, 사회계층 간 갈등(conflicts)을 오히려 부추기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유머의 원뜻(original meaning)이 동·식물에서 나오는 “액(fluid)”이었다면, 오늘날 정치에서의 그 액은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마찰(friction)을 줄이는 “윤활유(lubricating oil)” 같은 게 아닐까 한다. 그런 윤활유의 역할을 하는 유머가 없으니 작금의 대립적 정치(confrontational politics)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짜증(irritation)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run). 아무리 죽기살기식의 정쟁(life-and-death struggle)을 하더라도 정치인들의 언사에는 유머가 녹아 있어야 한다. 유머가 있어야만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고,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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