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포럼] 정병준 교수 ‘미군정기 기록의 현재와 제주4.3기록의 미래’

22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제주4.3평화포럼 제3세션. ⓒ제주의소리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 제주4.3 관련 기록을 종합화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병준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22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제주4.3평화포럼에서 ‘미군정기 기록의 현재와 제주4.3기록의 미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일제 시대부터의 정부와 국가의 기록이 국가기록원에 보존돼 있는데, 1945~1948년 사이 주한미군정사령부의 기록은 없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미군정이 갖고 있는 행정권 이양과 재산·재정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안타까운 점은 미군정 시기의 입법부 기록은 일부 속기록만, 사법부는 일부의 판결문만 남아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행정부의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정 교수는 미군정 시기인 1945년부터 1947년 사이 작성된 보고서 중의 최소 75% 이상은 조작됐거나 부정확한 자료라고 단언했다. 

당시 ‘주한미군사(HUSAFIK)' 주한미군3년사 중 정치관련 파트를 집필한 군사관 리처드 로빈슨이 1947년 윌 햄린(Will Hamlin)이라는 가명으로 잡지에 미군정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한국, 미국의 비극’ 기사를 투고했는데, 미국은 로빈슨을 색출해 면직했다. 로빈슨은 미국의 감시 아래 탈출하다시피 터키행 배에 올랐다. 

미국이 미군정 시대의 기록 공개를 꺼려했다는 방증이며, 현재도 미국은 4.3관련 자료 공개에 매우 수동적이다.  

제주4.3과 관련된 기록물 상당수는 미군의 문서다. 정 교수는 미군정의 기록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4.3 등 역사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문서 발견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가 4.3평화포럼에서 ‘미군정기 기록의 현재와 제주4.3기록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정 교수는 “제주4.3은 한국근현대사가 짊어진 과거사 진실규명운동의 선구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제주4.3의 진실 투쟁은 피해자와 유족, 지역사회, 시민단체, 학계, 언론, 정치인 등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가장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4.3은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특정하고, 가해자의 사과·반성을 전제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자·유족을 구제하고, 공식·국가적 사과·위령사업을 실시하고, 국가 기억·기념사업에 이르는 폭넓은 과정을 거쳐 왔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록이 생산됐다. 4.3과 관련된 문서는 미국 문서가 압도적으로 많아 시급한 것은 피해자와 생존자, 유가족, 관련자들의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억과 증언자의 생물학·물리적 한계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기록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단체와 조직, 기관, 개인이 수집한 증언을 어떻게 체계화하고, 종합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4.3관련 기록을 종합하는 노력은 4.3을 제주 차원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차원으로 그 의미와 교훈을 확산시키게 될 것”이라며 “아름다운 화산섬 제주에서 벌어진 비극이지만,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사 차원에서 역사적 의미와 위상을 점하고 있다”며 역사적 가치를 갖는 제주4.3의 기록의 체계화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해 지난 21일 제주칼호텔에서 개막한 올해 4.3평화포럼 주제는 ‘제주4.3 기억과 기록의 연대’다. 

포럼은 이틀 일정으로 준비됐으며, 첫날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관장의 ‘4.3과 오늘’ 기조강연에 이어 이튿날인 22일 ▲제1세션-기억의 기록화와 유네스코 ▲제2세션-4.3기록물의 역사와 보존 ▲제3세션-기억과 기록의 연대·계승 ▲종합토론 등 일정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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