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까지 예술공간 이아서 개인전

제주 미술작가 이지유 작가의 개인전 ‘새의 눈 벌레의 눈 - 이재수 실기’는 기록 이면에 존재하는 감정에 주목한 전시다.

‘이재수의 난’이라고 불리는 1901년 신축항쟁 당시 장두(지도자) 가운데 하나였던 이재수. 그리고 이재수의 누이 였던 이순옥이 항일운동가 겸 유학자 조무빈의 도움을 받아 출판한 책 ‘야월의 한라산-이재수 실기’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했다.

작가는 1932년 일본 오사카에서 발간된 ‘이재수 실기’ 내용을 현대어로 편역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와 관련한 회화와 영상 작품을 전시한다.

, watercolor on paper, 2021. 사진=이지유. ⓒ제주의소리
이지유, 대정성 전투, watercolor on paper, 2021. 사진=이지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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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성안의 여인들, watercolor on paper, 2021. 사진=이지유. ⓒ제주의소리

작가는 “‘야월의 한라산-이재수 실기’는 누이에 의해 쓰였다는 특수성, 실기(實記)라는 장르가 조선 시대의 문학 양식인 점, 당대의 기록이 아니라 후대의 기록인 점 같은 다양한 이유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객관이라는 틀에 맞지 않지만, 그 틀에 맞을 수 없었던 한계가 제시하는 여러 상황이 오히려 큰 관점에서 사건을 보다 다양한 시점에서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 “무엇보다 당시 제주 사람들의 내부자적 시선과 감정, 언어를 오롯이 읽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면서 “기억과 기록 그 사이에서 사적(史的) 기록과는 전혀 다른 시선과 감정을 지닌 글을 읽다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마음과 세계관으로 세상을 접했는지 느끼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지유 작가는 ‘이재수 실기’를 작성한 이순옥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순옥은 민란 이후 기독교에 입교해 평생 오빠와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했다. 투쟁과 항쟁의 역사로서만 이야기되는 ‘이재수의 난’은 그녀의 삶을 통해 속죄와 용서의 서사로 전환된다”면서 “여성, 제주, 재일제주인 등 가장 바깥쪽에서 쓰여진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서 ‘이재수 실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신축항쟁 사건 자체를 전달하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시선을 바라보는 작가 만의 시선을 담았다는 취지다.  

전시는 예술공간 이아에서 10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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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순옥-오사카, watercolor on paper, 2021. 사진=이지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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