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0%↑ 기름값 서민경제 부담 가중...유류세 인하 방침에 반색

"어렵죠. 코로나 때문에 일거리도 줄고...차 값 갚는것도 빠듯하고...기름값까지 오르니 당연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 오르는 만큼 그날 벌이에서 까이는 거에요."

화물차 차고지에서 만난 40대 운전자에게 기름 값 인상에 따른 영향을 물었더니 다소 퉁명스런 반응이 돌아왔다. 유독 올해들어 급격하게 늘어난 기름값 인상 소식은 운전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슈다.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운전자 김성철(49)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 일거리 자체가 많이 줄었다. 제주에선 주로 농산물이 나가야 하는데, 출하량이 줄어들다보니 차량도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몇 년 전에 하루 20만원 벌이하던 것이 기름값을 까면 15만원이 된다. 차량값이며 유지비며 남는게 없다. 장거리를 뛰는 것을 망설여하는 운전자들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나마 최근 들려온 유류세 인하 소식에는 "반가운 일"이라고 반색했다.

제주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서며 서민경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제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9원으로 전국 평균 1765원에 비해 월등히 높게 형성됐다.

제주는 이달에만 휘발유 가격이 약 100원이 올랐다. 휘발유 판매가격이 1리터당 1800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9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줄었던 작년 5월까지만 하더라도 리터당 평균가는 1255원이었다. 불과 1년반만에 45%의 기름값이 오른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니 산업 전반적으로 소비자물가도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9월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3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0%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올랐고, 농수축산물, 서비스업의 비용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석유류가 오르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가 퍼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적인 부담은 지역사회에 전반적으로 번졌다. 사라봉공원 인근에서 만난 1톤 트럭에 실은 청과물을 판매하던 A씨(60대)는 "코로나 이후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보니 원래는 각 요일마다 도는 코스가 있었다. 아무래도 기름값이 오른 이후에는 차량을 모는 것부터 꺼려지더라.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경우가 많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업을 바꿔 퀵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강정우(41)씨도 "그야말로 각개전투해야 하는 우리 업종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인하된다 하더라도 만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류세 인하 소식은 반길만한 일임은 분명하다"고 반색했다.

그나마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침을 결정하면서 기름값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입고 있던 서민들도 한 시름을 덜게 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물가 대책 관련 당정 협의'를 통해 유류세를 최대 2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적용키로 했다. 적용 시점은 11월 12일부터 6개월 간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서민경제에 가중시키지 않겠다는 대책이다. 정부는 이미 2018년 11월에도 유류세를 15% 내리는 방식을 차용한 전례가 있다.

인하된 유류세를 적용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이 내려간다. 인하된 유류세가 적용되면 휘발유 가격은 1600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세수 감소 효과를 2조5천억원(국세 2조1천억원)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에 대한 합동 모니터링을 가동하고, 실효성 제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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