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32) 1차산업이 튼튼한 제주를 만들어가는 ‘농업회사법인 오라’ 문승환 전무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한 평생을 농업에 종사해온 아버지를 따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문승환 농업회사법인 오라유한회사 전무. 그는 체계적인 농업의 현대화를 이루고 다양한 사업과의 접목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강한 농업'을 일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트랙터를 직접 몰기도 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농업에 대한 열정을 내비첬다. ⓒ제주의소리
한 평생을 농업에 종사해온 아버지 문성욱 대표를 따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문승환 농업회사법인 오라유한회사 전무. 그는 체계적인 농업의 현대화를 이루고 다양한 사업과의 접목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강한 농업'을 일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트랙터를 직접 몰기도 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농업에 대한 열정을 내비첬다. ⓒ제주의소리

“삶의 토대를 이루는 농업, 먹거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농업경영자로서 다양한 기술과 6차산업을 접목한 흔들리지 않는 강한 농업을 실현할 겁니다.”

제주시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로 널리 알려진 한라산 중산간 오라동 메밀밭. 99만 1700여㎡(약 30만 평)의 드넓은 밭에서 메밀을 비롯한 유채, 청보리, 귀리, 콩, 도라지 등 다양한 작물을 키워내며 아름다운 경관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곳이 있다. 

사진작가들의 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된 메밀밭의 풍광은 보는 이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각종 SNS를 타고 퍼져나간 아름다운 메밀밭의 모습은 제주 메밀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세대 농업인인 아버지 문성욱 대표의 영농 경험에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접목해 농업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문승환(36) 농업회사법인 오라유한회사 전무. 

그는 드론으로 넓디넓은 밭의 방제작업을 혼자 며칠 만에 가능하게 하고 자동화, 현대화 농업을 추구하며 최신 장비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등 농업에 혁신을 녹여내는 청년 농업경영인이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강한 농업’을 이뤄 튼튼한 제주농업을 만들어가겠다는 6차산업인 문승환 전무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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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타며 제주 관광 명소로 거듭난 한라산 중산간 오라동 메밀밭은 문 전무의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온 밭이다. 경관의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 전무는 한아름 추억을 담아갈 수 있게 밭을 개방해 축제를 열고 있다. 사진=농업회사법인 오라(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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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여 평에 달하는 오라동 메밀밭. 메밀을 비롯한 귀리, 보리, 콩, 도라지 등 작물이 자라고 있다. 사진=농업회사법인 오라(유) ⓒ제주의소리

문 전무는 취재 기자와의 인터뷰 시작부터 기사를 보고 청년들이 농업을 쉽게 생각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힘든 과정은 뒤로하고 장밋빛 성공 사례만 본 뒤 귀농하게 될까봐서다.

그는 농업은 하늘이 정해줄 만큼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빈번해진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도 심각하고 예상했던 대로 잘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 

올해 오라유한회사 역시 고비를 맞았다. 태풍이 제주도를 관통하면서 메밀밭 전체 30여만 평 가운데 25만여 평의 메밀이 강한 비바람을 못 이겨 쓸려간 것. 이 때문에 메밀은 수확조차 하지 못한 채 버려져야만 했다.

문 전무는 “해마다 겪는 날씨 영향과 빈번하게 겪는 태풍, 가뭄 등 이상기후로 최근 3년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올해는 피해가 심각해 재해보험 평가를 받는 등 살길을 찾고 있다. 메밀 종자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문 전무는 튼튼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루기 위해 최신 장비들을 들여 농업의 현대화를 이루고 원물 생산 판매라는 1차산업에 집중된 영농 구조를 다양하게 했다.

초경량비행장치 운용 자격증을 취득해 20kg 정도의 드론을 날려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최신형 트랙터를 매입해 생산 효율을 높인 것.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농업도 변화한다면 더 잘될 수 있다는 믿음에 도전,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농업 수확기 손실이 나게 되면 저장했던 물량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원물만 판매하기보단 품질을 높이거나 가공품을 제조하는 등 수익 가치를 끌어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목표를 실현 중이다.

홍보와 마케팅, 온라인 거래가 친숙한 젊은 세대의 장점을 살려 품질 좋은 작물을 선별, 가공한 뒤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등 원물 판매 비율을 줄여 수익을 높이는 등 영농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낮추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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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무가 직접 밭에서 활용하는 드론. 그는 드론으로 드넓은 밭의 방제 작업을 진행한다. 인건비를 절약함과 동시에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했다. 드론 운용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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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부에 설치된 곡물 건조기. 오라동 메밀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작물을 건조하면서도 인근 농가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최소한의 비용 수준에서 대신 곡물을 건조해주기도 한다. ⓒ제주의소리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단순히 원물을 가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좋은 품질이어야만 된다는 정직함으로 메밀을 용도에 맞게 8가지로 선별했다. 빛깔과 크기, 밀도 등 기준에 따라 메밀을 선별한 뒤 제품을 가공한 것.

문 전무는 “강한 농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경쟁력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바로 젊은 청년 농업인이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새로움을 추구하고 또 만들어가기 위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인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오라유한회사는 ▲2020년 6차산업 인증 ▲2021년 △한국인기브랜드대상 곡물가공 부문 대상 수상 △기술평가 우수기업 인증 △무농약농산물 인증 △메밀싹을 이용한 기능성 분말제품의 제조방법 특허 등록 등을 받아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장 표창, 도4-H 도지사표창 △2020년 우수농업인 청년농업인부문 대상, 차세대농어업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올해는 제40회 제주도4-H대상 시상식서 4-H봉사대상을 받게 됐다.

그는 “아버지 세대의 농업은 원물을 많이 생산해 많이 파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것과 가공품 판매 비율을 반반 수준으로 맞춰 위험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원물 수준의 가공품이 포장된 정도지만 본격적으로 농식품 제조 분야에도 뛰어들기 위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원물 생산과 제조를 통해 농업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고 있는 문 전무는 자연스럽게 6차산업의 길로 향했다. 아름다운 메밀밭의 풍광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찾아들기 시작한 오라동 메밀밭은 점차 작물 훼손이 심해졌다. 경관 작물인지 수확 작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이들이 밭 한가운데로 들어가며 메밀을 짓밟아버린 것. 

소중한 작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화도 났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혼자만 볼 게 아니라 공유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제주의 자연은 모두의 것인 만큼 공유하겠다는 마음으로 밭 일부를 갈아엎어 주차장 용도의 공터를 조성하기도 했다. 

생산량을 줄이면서까지 방문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주 천혜의 자연을 벗 삼아 자라는 메밀을 알림과 동시에 사람들의 안식처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밭의 문과 함께 마음의 문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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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을 기르지 않는 시기에는 유채와 청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며 방문객에게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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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무의 노력 끝에 회사는 6차산업 인증과 기술평가우수인증기업, 한국인기브랜드대상-곡물가공 부문 대상 등을 받아냈다. ⓒ제주의소리

이후 문 전무는 사람들이 조금 더 제주를 즐길 수 있도록 2015년부터 ‘제주오라 메밀꽃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경관 축제로 영농보다 큰 수익을 얻진 못하지만, 풍광을 공유하고 관광도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문 전무는 “대한민국 농업을 위해 젊은 영농후계자로서 부모님이 지켜온 밭을 잘 가꿔 지켜나가고 싶다.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제주의 전통과 연계한 다양한 체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물으니 정부 차원에서 메밀 종자를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종자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자체적으로 종자를 생산하거나 농가들끼리 해결하는 수준이라는 것. 

만약 농업기술 전문가의 연구를 통해 뛰어난 종자가 관리, 보급된다면 좀 더 좋은 품질의 메밀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식량안보 위기 시대 1차산업인 농업을 탄탄히 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실패하지 않는 농업을 이뤄낼 것”이라며 “그 가운데 관광도시 제주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 6차산업에 발맞춰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청비 신화 안에서의 마지막 곡식이 메밀이듯 제주의 역사, 문화, 전통을 결합한 스토리로 제주 메밀이라는 브랜드를 체험으로 풀어낼 것”이라며 “메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만큼 종합 농업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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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수확이 풍년일 당시 공장 안에 가득 들어찬 톤백.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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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무는 원물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선별과 가공을 거쳐 품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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