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코로나로부터 해방되는 날 기다리며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65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대규모 세계적 유행을 거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백신 접종이 늘면서 확진자 수가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하루 확진자 50만명, 사망자 1만명 정도 되고 있어서 곧 확진자가 2억 5천만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온 국민의 협조로 다른 지역에 비해 좀 나은 편이지만, 지금도 꾸준히 매일 전국적으로 2,000여명, 제주에만 1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코로나 방역규제로 우리가 겪는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싱가포르 등이 선제적으로 코로나와 공존하는 정책을 시행하였고, 최근 일본에서도 방역 규제 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백신 접종률이 80퍼센트에 이르면서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방역규제 완화에 대한 경제회복 기대와 코로나 확산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11월 1일부터 시행되는 1단계 생업시설 운영 제한 완화조치는 그동안 시간과 인원을 엄격하게 제한하던 영업, 집회, 종교활동, 사적 모임 등에 어느 정도 숨통을 트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6주 간격으로 더 완화된 2단계 대규모 행사허용, 3단계 사적 모임 제한해제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내년 봄쯤이면 모두가 바라던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방역규제 완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영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방역규제 완화조치를 대비해서 병상운영 효율화, 환자 분류체계 개선, 재택치료 활성화 등 의료대응체계를 정비하고 있지만 가능한 최악의 경우까지를 고려한 보다 세심한 중장기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우리는 결국 독감처럼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와 공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그와 함께 우리 국민들도 정해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그래픽=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우리는 결국 독감처럼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와 공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그와 함께 우리 국민들도 정해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그래픽=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인간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독감처럼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이 코로나와 공존해야 하는 시기인지에 대해서는 의료계, 경제계, 교육계 사이에 이견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치른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코로나의 기제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예방, 치료, 후유증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별거 아니라는 무감각증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생명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있었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수십억 년 전 생명이 탄생한 이래 끊임없는 돌연변이, 유전자교환, 공생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우리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우리 몸 안에는 1만여 종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수는 우리 몸의 세포보다 10배나 많고, 그들의 유전자는 인간 유전자의 360배에 해당하는 800만개나 되며, 그 무게만도 수 킬로그램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가 건재한 것은 그들 가운데 인간에 유해한 것도 더러 있지만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된 것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몸은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응하지 못하여 공존할 수 없다. 그러기에 코로나는 세계적으로 500만 명 넘게 숨질 정도로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우리가 코로나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고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 백신을 맞아 항체가 형성되더라도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감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백신의 효력과 안전성이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백신을 맞으면 맞지 않는 경우보다 더 생명이 안전하고, 돌파감염이 있더라도 그 증상이 경미하여 사망에 이를 확률이 적다고 한다. 우리는 그러한 의료 전문가의 의견에 신뢰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와 공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코로나와 공존하려면 개인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맞아서 항체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아서 집단면역을 이뤄야 한다. 집단면역을 위해 모두가 백신을 맞으면 좋겠지만, 미성년자인 경우는 백신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아서 접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할지는 아직도 국내외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는 미성년자의 백신 접종은 성인들보다 훨씬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미성년자들의 백신 접종과 관련된 충분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완전히 코로나로부터 해방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와 방역당국은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여 미성년자들을 위한 보다 세심하고 안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집단면역을 이루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성인들이 앞장서서 백신을 맞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10월 말 현재 성인 접종률이 9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430만 명이 미접종자이다. 그 가운데는 백신을 맞고 싶어도 건강상의 이유로 못 맞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처럼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성인들이 백신 접종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당국에서는 집단면역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는 안심하고 맞을 수 있도록 더 세심한 접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은 아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코로나를 피하는 그 방법은 대가가 너무 크다. 이번 1단계 방역규제 완화조치는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보다 앞서서 코로나 거리두기를 완화한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백신 접종률 80퍼센트가 넘어도 방역규제를 완화할 경우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할 수도 있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코로나 1차 방역규제 완화조치로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는 그야말로 초기 단계일 뿐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방역 규제 완화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백신을 맞은 지 오래되어 효력이 줄어드는 이들을 위한 추가접종 계획을 수립하고, 중증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확보도 시급하며, 앞으로 늘어날지도 모를 경증환자들을 위한 보다 세심한 방역수칙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우리 국민들도 정해진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코로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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