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제주 연안가 200곳 조사 "전 해안마을 갯녹음 심각"

하얀 석회가 낀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인근 해안. 사진=녹색연합 ⓒ제주의소리

제주를 둘러싼 해안마을 전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는 이른바 '갯녹음'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안 해양생물의 먹이이자 산란장인 해조류 군집이 사라지며 해양 생물도 살 수 없어 '바다 사막화'가 진행된 결과다.

녹색연합은 지난 9월과 10월 두 달간 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인 제주 연안 조간대를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제주도 본섬의 해안선 415km를 따라 제주시 권역과 서귀포시 구너역의 리·동 단위 97개 해안마을의 조간대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97개 해안마을 전역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다. 갯녹음 현상이란 얕은 바닷가를 뜻하는 '갯'과 해조류의 잎부분이 죽거나 유실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녹음'을 합친 순우리말 표현이다.

과도한 개발과 오염, 조식동물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에 사는 미역, 감태, 모자반 등 직립형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무절석회조류가 살아있을 때는 분홍색을 띠지만, 죽고 나서 흰색으로 보이므로 '백화현상'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조사지점 200곳 중 갯녹음이 확인된 지점은 198곳이었고, 나머지 2곳은 모래 해변이었다. 즉, 97개 해안마을 전체 조간대 암반지대에서 갯녹음이 폭넓게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갯녹음 현상이 조간대 암반지대로까지 확산한 것은 갯녹음이 심각한 말기 징후다.

하얀 석회가 낀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섬 인근 해안. 사진=녹색연합 ⓒ제주의소리
하얀 석회가 낀 갯녹음 현상이 발생한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섬 인근 해안. 사진=녹색연합 ⓒ제주의소리

해안가의 갯녹음 현상은 제주도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경관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서귀포 권역 동쪽의 성산일출봉을 시작으로 고성리 섭지코지, 동홍동 정방폭포, 법환동 범섬 조망지, 대포동 주상절리대, 중문 색달해수욕장, 사계리 용머리 해안, 상모리 송악산 둘레길 해안, 제주시 권역의 고산리 수월봉 지질공원, 신창리 풍차 해안, 협재해수욕장, 애월 해안도로, 용두암 해안, 건입동 탑동 광장, 함덕해수욕장 등 유명 해안 관광지는 갯녹음으로 인해 해안 경관이 훼손되고 있었다. 

녹색연합은 전국적으로 갯녹음은 실태조사 중심에 머물 뿐,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의 경우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의 복합적 요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 추정과 현상 확인에 머문 수준이다.

제주 연안은 해조류와 해저 서식동물 개체수가 인공바다숲 조성 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바다숲 안정화 조처를 하지 않았고, 지자체에 바다숲 관리·감독 권한을 떠넘기며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은 "제주 해안 경관 훼손은 물론, 바다숲이 사라지면서 연안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인공 바다숲 조성 사업 중심의 현 정책은 갯녹음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제주도정은 비상 상황임을 인식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제주의 섬 환경수용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관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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