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세간에 산 쉐 다리 빈다
동세간에 산 쉐 다리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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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247) 동서지간에 산 소 다리 벤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동세간 : 동서간
* 쉐 다리 : 소 다리
* 빈다 : 멘다

  
친족지간의 관계에 따라 심리적인 미묘한 상황이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흥미로운 속담이다.
  
우선 ‘동서’라는 친족 용어에 대한 의미를 속속들이 파헤칠 필요가 있겠다.
  
동서란 남자 사이에 쓰이는 경우와 여자 사이에 쓰이는 경우가 있다. 남편의 한 집안 형제 관계일 때와 아내의 한 집안 자매 관계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형제의 아내들 사이에서만 일컫던 말이었다. 동서의 ‘서’의 한자 ‘壻’는 남자를 가리키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제는 아내들 사이에도 쓰이니, 동서의 ‘서’가 ‘婿’로도 쓴다.
  
큰동서, 작은동서 또는 몇째 동서로 그 차례를 챙겨서 부른다. 그러니까 동서끼리 자기의 나이에 관계없이 배우자 집안 형제나 자매의 나이를 좇아 손위·손아래를 따지게 된다.
  
동서는 다른 성(姓)의 남남이면서도 배우자들의 형제·자매 관계로 아주 가깝게 맺어진(혼인에 의해) 사이다.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은근히 남에게 권하는 경우, “동서보고 춤추란다.”는 속담이 있다.  

피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배우자와의 연으로 해서 형제처럼 된 사이가 동서다. 따라서 가깝고도 먼 사이다. 집안에 따라 동서가 여럿일 수도 있거니와 집안일이 간단하지 않아 복잡할 수도 있다.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일을 분담함에 형평의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라올 수도 있는 법이다.
  
게다가 형제란 원래 서로 비교하기 쉬운 속성이 있어 시새워하다 나쁜 감정으로 변하거나 발전할 수도 있다.
  
이 속담은 이런 집안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관계의 미묘한 흐름을 말하고 있다. 동기간에 우애가 돈독하고 그래서 동서 간에 의기투합하면 아까울 것도 없을 것. 살아있는 소의 다리라도 베어 준다는 얘기다, 
  
반대로 공평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쪽에서는 자기 쪽 대우가 너무 빈약하니, 살아있는 소 다리라고 베어 갖겠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동서지간의 화합은 근본적으로 깨어지고 만 것 아닌가.
  
‘동세 간에 산 쉐 다리 빈다’
  
긍정적인 쪽으로 가야지 부정적인 쪽으로 가선 안된다. 요즘 직계존속 살인까지 자행되는 끔끽한 세상이다. 제발 지나친 탐욕을 버리고 도덕적으로 분별하는 이전 세상으로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를 잡을 것이며 일가 친족이 한 자리에 모여 주연을 베푸는 자리를 풍족하게 하는 먹거리가 돼야 할 것이 아닌가.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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