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41)신비의 새, 뿔쇠오리와 고양이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마라도 TNR(길고양이 중성화) 프로젝트

부화한 지 하루 만에 둥지를 떠나 벼랑을 구르는 아기 뿔쇠오리는 바다 물결에 몸을 맡긴 부모의 소리를 찾아 온몸을 거침없이 바다에 던진다. 그리고 함께 먼 바다로 긴 여행을 떠난다. 아기 뿔쇠오리의 본능적인 생명의 몸짓에 누구라도 경외심을 갖게 된다. 

번식 이외에는 육지에 오르는 일이 없고 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고 있어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뿔쇠오리를 신비의 새라 부른다. 

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는 신비의 새, 뿔쇠오리. 사진 출처: 문화유산채널 

신비의 새, 뿔쇠오리를 보호하고 마라도 길고양이의 안전한 삶을 위해 지난 10월 22∼24일, 3일 동안 섬사랑 수의사회와 (사)제주동물권행동 NOW,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는 마라도 고양이 TNR 즉, 중성화 사업을 실시하였다.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Trap)하고,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Neuter), 원래의 자리로 다시 방사(Return)하는 것을 말한다. 

마라도 길고양이 중성화를 위해 트럭에 짐을 싣고 마라도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사)제주동물권행동 NOW

고양이는 생후 7개월 정도부터 1년에 약 3번 정도의 임신을 할 수 있으며 한 번에 많게는 6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길 위의 고양이들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고 고통은 아기 고양이에 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이미 각국 정부는 ‘TNR’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양이 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것은 고양이의 안전한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사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 개구리 등 야생의 작은 동물을 보호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는 섬사랑 수의사회 소속 수의사. 사진 출처: (사)제주동물권행동 NOW

마라도는 뿔쇠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의 쉼터이다. 특히 뿔쇠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2017년 기준으로 2,800∼4,100쌍에 불과한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국내에서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 및 천연기념물 제450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김유진의 ‘마라도의 뿔쇠오리(Synthliboramphus wumizusume)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Felis catus)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에 따르면 마라도의 고양이 수가 80마리를 초과하게 되면 뿔쇠오리가 20년 후에는 마라도에서 절멸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양이 수를 40마리 이하로 적정하게 유지하게 되면 뿔쇠오리가 보전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뿔쇠오리를 비롯한 야생의 동물, 길고양이 그리고 마라도 주민과의 공존을 위해 일정한 주기를 정하여 길고양이의 상황을 살피고 적정한 시기에 중성화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엄마 새, 아빠 새가 어둠 속에서 신호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확인한다. 평균 2일을 교대로 포란을 한다.  사진 출처: 문화유산채널

그렇다고 고양이를 중성화하여 방사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캣맘, 캣대디로 부르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지역 주민의 역할과 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공동체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마라도에는 길고양이를 정성껏 돌보는 캣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마라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가능할 수 있었다. 마라도 TNR 사업에 참여했던 시민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마라도의 모든 주민이 배려와 헌신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 한다. 

마라도 고양이 포획을 위해 준비를 하는 시민 활동가. 사진 출처: (사)제주동물권행동 NOW

배편 및 마라도 현지 일정 등을 도와준 서귀포시청 축산과 하종철 주무관은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와 고양이의 공생에 지속적인 행정지원 및 관심을 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약속하였다.

마라도 주민, 시민 활동가, 수의사회, 포획팀 그리고 서귀포시 등 함께해 주신 모든 분이 있기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감사 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힘든 수술을 잘 견뎌준 마라도 70여 마리의 고양이들에게도 너무나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다. “고생했어요, 마라도 고양이들!”    

수술을 잘 견뎌준 마라고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사업 종료 후 쉬는 날이면 중성화된 고양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제주동물권행동 NOW 진영희 사무국장님이 열심히 마라도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사)제주동물권행동 NOW

#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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