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영 ㈜제주착한여행 대표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여행사 운영난이 심각해졌다. 급작스런 여행사업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이어졌고 팬데믹이 선언 이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막막해지기까지 했다. 그럴 즈음 2020년 6월, JDC 재정지원 사업 공모가 떴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우리 기업을 위해 마련된 기회라는 생각에서 적극 참여했고 절심함이 통했는지 선정됐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하고 성장하는 발판이 필요했는데 그게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컨텐츠를 접목한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이나 여행자센터 같은 공간을 기반으로 한 여행사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백방으로 뛰어 다녔으나 마땅한 공간을 만나기 어려웠고 코로나 상황은 길어지고 심각해지면서 지원받은 재정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소리 없이 매달 줄어들고 있었다.

올해 2월쯤에 원도심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던 4층(지하층 포함 5개층) 건물이 문이 닫혀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했다. 평소 임대료의 40% 수준으로 임대를 하는 좋은 조건이었으나 여행사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그것조차도 부담이었다. 1억 원의 재정지원 기금 잔액 6천만 원 중 보증금 2천만 원, 리모델링비 4천만 원 이상을 투입하고 7월에 가오픈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적자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했다. 처음 계획보다 더 확대된 공간은 지하층은 교육장으로, 1층은 여행자와 책을 좋아하는 도민들이 조용히 책과 쉼을 할 수 있는 라운지로, 2층은 미팅룸과 여행사 사무실로, 3․4층은 북스테이 공간으로 꾸몄다. 

그러던 차에 올해 6월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사업에 선정돼 건물매입까지 마쳐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갖췄다. 또한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브랜드패키지 지원사업 선정으로 공간 브랜드와 디자인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여행업에 분명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도 많이 숨어 있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고요산책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여름방학 6주 동안 남초등학교와 북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 12명의 긴급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을교육공동체 역량강화 교육으로 12명의 학부모가 돌봄교실 보조강사로 활동, 일자리 체험을 하기도 했다. 김만덕 기념 나눔의 날 행사에 공유주방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고요책밤’으로 책읽는문화와 함께 ‘원도심 광해군 시간여행’이라는 원도심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 원도심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순영 ㈜제주착한여행 대표.

사회적경제조직은 지역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조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두 바퀴로 능숙하게 굴러가는 자전거가 되기 위해서 성장단계에서 공기업과 지자체의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하고 싶다. 공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의 활성화는 의미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JDC 사회적경제조직 지원사업은 성장기의 사회적기업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다. 도내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성공사례를 창출 할 수 있도록 공기업과 지자체의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제언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 허순영 ㈜제주착한여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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