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쉰 여섯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요소수

봄에 과수원과 논밭에 모를 심을 때, 작물발육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시비(施肥)하는 요소(질소)비료. 요소는 1773년에 발견하고, 1828년에 인공적으로 합성된 최초의 유기화합물이다. 최근 관련 요소수(오줌뇨, 尿素水, Urea Water)가 난리다.

요소수는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로 바꾸는 물질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요소(32.5%)를 물(67.5%)에 희석해서 만든다. 경유차에 요소수를 넣는 이유는 배기가스 중 오염물질을 70% 이상 줄여주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경유차에 의무장착한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에서 암모니아로 바뀌어 배기가스와 화학반응을 한다. 배기 가스에 섞인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에서 산소를 떼어내 무해한 질소(N2)와 물(H2O)로 바꾸는 환원제 역할을 한다. 요소수를 제 때 주입하지 않으면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사라진다. 일각에선 요소수가 경유차에서 암모니아로 바뀌어 질소산화물과 반응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해 대체물질로 사용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요소수를 대체할 다양한 물질을 환원제로 사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것은 없다. 요소수를 대체할 주요 후보로는 현재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수소 등이 꼽히고 있다. 관련 연구자는 “이들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가 현재 실증 단계에 있지만 요소수보다 질소산화물 제거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들은 신규 차량이 아닌 노후 차량에 저공해 장치 지원 사업을 적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용으로 사용하던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소수는 순도에 따라 경유차용과 선박용·산업용으로 나뉜다. 순도가 다른 이유는 경유차와 선박·산업에 사용하는 촉매가 다르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질소산화물과 반응할 때 별도의 촉매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유차는 제올라이트계 촉매를, 선박·산업에서는 바나디아계 촉매를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유차는 비교적 온도가 낮은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경유에 황이 덜 포함돼 있는 반면, 선박에서 사용하는 벙커C유에는 황이 많이 포함돼 있다. 요소수에 불순물이 많으면 제올라이트계 촉매의 수명이 빨리 단축되기 때문에 경유차에 사용되는 요소수는 순도가 높다고 말한다.

2. 요소비료

제주시 서부지역의 한 농가에 보관 중인 요소비료. 최근 일부 농가에서 사재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서부지역의 한 농가에 보관 중인 요소비료. 최근 공급 부족으로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편, 우리 고향에서도 요소비료 품귀다. [‘요소비료 돈 줘도 못산다’ 제주 2500톤 부족 초비상] 제주의소리 보도에 의하면, 마늘-양파-무 월동채소의 생육 지장이 우려되고 있다.

비료는 일반적으로 질소(N), 인산(P), 칼륨(K) 3가지 성분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 중 질소46%를 구성하는 원재료가 요소다. 중국에서 요소 수출을 막으면서 비료생산에도 불똥이 튀었다. 연간 도내 화학비료 소비량은 4만5000~4만7000톤 가량이다. 올해는 요소비료 7200톤, 요소 성분이 함유된 21복합비료는 2만6000톤 공급 계획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요소수 파동이 불거지면서 이달부터 공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공급되지 않은 물량은 요소비료 1000톤, 21복합비료 1500톤을 포함해 2500톤 가량이다. 이마저 중국이 원료 수출을 차단하면서 현재는 제품 생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요소비료 생산 업체는 단 2곳에 불과해 대체 공급마저 쉽지 않다. 요소비료는 토양에 뿌리는 웃거름으로 330㎡(100평)당 3㎏ 정도를 사용한다. 제주에서는 마늘과 양파, 무 등 월동채소의 성장을 돕는 데 이용되고 있다.

3. 요소의 원료 질소, 공기에서 빵을 만든 프리츠 하버 교수

지금부터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였다. 농경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식량을 거의 토지에 의존해 왔다. 토지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주된 유기 구성 성분은 탄소·수소·산소·질소 등이다. 이 중 탄소·수소·산소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땅 속의 물에서 얻는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주요 성분인 질소는 대기 중에 78%나 포함되어 있지만, 식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직접 흡수하지 못하고 흙을 통해 흡수한다.

말 떼를 이용해 밭을 밟아주고 있는 농사꾼의 모습. 제주 땅은 화산회토여서 단단하게 밟아주지 않으면 씨앗이 세찬 바람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밟아주어야만 한다. 1970, 서재철.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옛날부터 땅심(地力)이 약해지면 콩을 심거나, 척박해진 땅을 쉬어주었다. 그 이유는 콩과 식물은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를 이용해 질소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하니 기억나는 일인데, 제주에선 소와 말을 밭에 가둬 똥과 오줌을 받아 땅심을 돋우는 밭을 바량팟이라 했다. 그때는 왜 그런가 했다. 육지에서 논밭에서 벼를 수확한 다음에 보리를 파종하고 인분(人糞)을 거름으로 하는 것도 똥오줌에서 암모니아 질소 비료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콩과 식물에 의존해 질소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질소 성분을 포함하는 비료를 외부에서 공급해 주어야 했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비료로 퇴비나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왔는데, 19세기 초에는 칠레 사막에서 발견된 초석(NaNO3)이 질소 비료의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해 주었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 후 바닥을 드러내면서 질소 비료 공급원을 시급히 찾아야만 했다.

이때 독일의 화학자 하버(Fritz Haber, 1868~1934)가 질소(Nitrogen는 주기율표에서 원자 번호 7번에 해당하는 비금속 화학 원소, 대니엘 러더퍼드에 의해 1772년 발견) 비료에 사용되는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버는 물을 전기 분해해서 얻은 수소와 공기 중의 질소를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철 촉매를 이용하여 반응시킴으로써 암모니아를 얻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즉, 시스템에 실제 존재하는 평형상태가 N2 + 3H2 → 2NH3인데 이 식이 암모니아(질소비료의 원료) 합성의 기초라는 것을 처음 실험적으로 보였으며, 이 식으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후 1913년 하버는 보슈(Carl Bosch, 1874~1940)와 협력해 하루에 20t의 암모니아를 공업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버와 보슈의 암모니아 합성법은 퇴비와 천연 비료에만 의존하던 농업을 개선해 식량 생산량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함으로써 인류를 굶주림의 공포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공기로 빵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획기적인 발명이다.

공기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하버와 보슈는 이 업적으로 각각 1918년과 1931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농경지에 뿌려지는 질소 비료의 약 40%가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합성된 비료이다. 사람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약 75%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농작물에서 나온다면 전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약 3분의 1이 하버가 개발한 질소 비료에서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은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을 안겨 주기도 했다. 하버가 대량 생산한 암모니아는 쉽게 폭약을 생산할 수 있는 질산으로 바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는 제1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 생화학 무기인 독가스 개발에도 참여했다.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질식가스로 많은 군인이 죽게 되자 하버 부인은 괴로움에 자살을 했다.

1990년대 독일 뮌헨공대서 연구할 때의 일이다. 독일 대학원생이 질문하기를, “이 교수님은 일본 동경대 박사학위, 미국미네소타대 포스트닥, 독일 뮌헨대 초빙교수로 3개국과 국제공동연구를 했는데 차이점이 무엇인가요?”라며 엉뚱한 질문을 던져 약간 당황했다. 나는 일본과 독일은 기초가 강하고, 미국은 앞서 가려는 응용이 강하다로 답하며 전문교재 책 크기를 예로 들어줬다. 미국은 A4 용지와 같은 큰 사이즈로, 일본과 독일은 B5의 작은 사이즈로 연구 흐름 동향을 요약해서 발간하고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 수를 보면, 미국은 258명, 영국 98명, 독일은 80명, 일본은 24명(2020년 기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그 때 생각이 떠오른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기초과학이 탄탄하다. 한국은 응용은 잘하는데 기초가 떠 있다.

요소수 사태에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관련 원천기술 연구의 중요성이다. 소와 말을 밭에 가둬 똥과 오줌을 받아 질소로 땅심을 돋우는 바량팟(밭), 왜 우리는 이 연구를 실험실에서 깊게 못했을까. 일본이 불소 사태를 극복하는 것처럼 기초연구에 투자를 해야 노벨상도 받고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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