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민간 차원 반대 운동 "이대론 안돼...정치권 응답해야"

지난 8일 주제주일본총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진 제주시이장단협의회. ⓒ제주의소리
지난 8일 주제주일본총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진 제주시이장단협의회. ⓒ제주의소리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새롭게 출범한 일본 기시다 내각 역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기조를 굳히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오염수가 방류될 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국민적 관심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새 출범한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임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결정했던 사안을 고스란히 인계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로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며 하류 평균 160톤 안팎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희석시켜 오는 2023년부터 바다로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방사능 오염수의 안전성이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령 일본의 설명대로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의 농도는 기준치 40분의 1 이하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갑상선 암을 유발하는 요오드-131, 골수암을 유발하는 스트론튬-90, 신장과 방광에 축적되는 세슘-137 등의 물질 안전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후 이르면 약 7개월 정도만에 오염수가 제주도 근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고조시켰다.

직접적인 영향을 입게 될 제주는 지자체 차원은 물론, 사회, 경제,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외교의 영역이다보니 제주로서는 해양 방사능 검사 정도의 조치만 가능한 수준이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도로 방사능 오염 실태와 일본 측의 관리 능력을 점검하는 작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이전부터 오염수 방출에 우호적이었던 IAEA의 태도로 미뤄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IAEA의 이번 검증이 해양 방류의 당위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제주시이장단협의회가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를 가진 것도 '가만히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취지였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곧바로 관련 일정을 잡았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조치가 발표된 지난 4월과 5월에는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고, 제주에서도 여러 단체가 앞다퉈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집합금지 제한 조치까지 이뤄지면서 현재는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그 사이에도 일본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오염수 방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는 것이 제주시 95개 마을 이장들의 주장이다.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장은 "일본에서는 이미 다 (오염수 방류를)결정한 상황이고, 2023년이면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 미국이나 IAEA나 묵시적으로 승인을 해준 모양인데, 우리나라나 미국은 물론 일본 자국 시민단체에서도 반대를 해도 계속해서 대답이 없는 모양새지 않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제주에서도 수 많은 단체가 나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음에도 한 마디 말도 없는 상황에서 '이건 안되겠다'는 차원이었다"며 "오염수 방류는 소득과도 직접 연결되지만 그보다 생명과 연결된 일이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의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 회장은 내년도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아무리 정치 일정이 급박하다고 하더라도 민간 차원에서 이렇게 힘을 내는데, 정부고, 정치권이고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을 믿고 살아갈 수 있겠나"라며 서운한 심경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성윤 제주동문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언론도 그렇고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이런 (오염수 방류) 사실이 더 많이 알려지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제주동문수산시장 입구에는 LED간판 문구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다. 그는 "저도 제안했지만 상인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제안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상인들이야 부글부글 할 수 밖에 없다. 국력이 약해서 당해야 하는가"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털어놓으며 "말로만 해결할게 아니라 적대적으로 싸우겠다는 각오로까지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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