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농협조합장 2018년부터 지속적 산림훼손 의혹...온라인 유명세에도 행정 뒷북 확인

축구장 3배 크기의 산림이 훼손된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임야.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축구장 3배 크기의 산림이 훼손된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임야.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기사수정 2021.11.19.15:35] 축구장 3배 면적의 임야가 장장 3년에 걸쳐 훼손되고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정작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서귀포시는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대규모 산림훼손 사건과 관련해 담당부서가 2020년 11월 처음 위법행위를 인지했지만 측량과 수사 주체를 두고 시간을 허비했다.

조합장으로 알려진 A씨 등 2명은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서귀포시 모 임야 2필지 7만4314㎡ 중 2만547㎡를 개발행위 허가 없이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임야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제거하고 흙을 깎거나 메우는 방식으로 무단형질 변경에 나선 의혹을 사고 있다. 길이 486m의 진입로는 물론 최대 높이 3.9m의 석축까지 만들어졌다.

서귀포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과정에서 이 사실을 인지했지만 초지와 임야에 대한 수사 권한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지면서 각각 수사의뢰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훼손 면적 산정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올해 8월에야 경찰에 공식적인 수사의뢰가 진행됐다. 절차가 지연되는 사이 A씨의 산림훼손은 계속됐다. 

축구장 3배 크기의 산림이 훼손된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임야.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축구장 3배 크기의 산림이 훼손된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임야.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중산간의 임야가 사실상의 관광농원 형태로 변하면서 관광객들 사이에는 지난해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관련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퍼져나갔다.

동백꽃 사진이 이쁜 곳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인스타 핫플로 소개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는 최근까지도 현장 방문기를 담은 블로그가 게재되고 있을 정도다.

중장비가 동원돼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땅이 파헤쳐졌지만 남원읍은 3년간 이를 알지 못했다. 서귀포시도 뒤늦게 현장을 확인했지만 추가 훼손을 막지 못했다.

남원읍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훼손 사실을 접하게 됐다. 개발행위와 관련해 당사자로부터 사전 문의나 안내도 전혀 받은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행정 처분 권한을 가진 서귀포시도 마찬가지다. 이미 1년 전에 훼손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늦장 대응에 산림훼손 규모만 더 키우는 꼴이 됐다.

 

축구장 3배 크기의 산림이 훼손된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임야.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축구장 3배 크기의 산림이 훼손된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임야.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서귀포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처음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초지와 임야에 대한 구분과 측량 등의 문제로 재수사의뢰와 사실 확인까지 다소 시일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연간 형질변경과 관련한 신청건수만 수백건에 달해 일일이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확한 훼손 면적을 산정하고 원상복구 명령 등 후속조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은 A씨 등 2명이 수사과정에서 거짓 진술로 일관하는 등 증거인멸과 재범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오늘(19일) 오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가 이뤄졌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에 판가름 난다.

특가법상 산림훼손 면적이 5000㎡을 넘으면 2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자치경찰은 임야 2필지 7만4314㎡ 중 2만547㎡가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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