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 개관 20주년]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 “수장고 4만 소장품, 전시실서 볼 수 있어야”

국립제주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19일 오후 2시 복합문화관 2층 교육실에서 ‘세계적 감염병 이후 시대 국립제주박물관의 환경과 미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과 미래’의 2부에서는 김순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장이 발표에 나서 제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지방 국립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먼저 사면이 둘러싸인 제주섬은 언어와 민속, 문화, 자연 등 인문사회자연 환경이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품고 있다고 설명하며 ‘왜 제주학인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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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장은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한 국립제주박물관 심포지엄 2부에서 '제주학의 지평 확장을 위한 제주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제주의소리

그는 “제주섬은 지리적 특징으로 유배 문학이 발달했고 지역이 갖는 고유한 특성들 때문에 특출난 문화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도 언어와 민속, 역사는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함을 지녀 일찍부터 연구자들의 관심을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학을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가는 이유는 제주학이 제주 정신의 발현이기 때문”이라며 “제주학을 통해 제주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높여줄 수 있는 통합 학문의 기능을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주학의 중요성은 세계화와 지방화의 장점을 서로 인정하고 발견시켜 새로운 질서 체계로 나아가는 ‘세방화’ 시대를 맞으며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제주학 관련 연구기관과 단체를 소개한 뒤 볼거리 제공에 그치지 않는, 제주학을 담아내는 국립제주박물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제주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2019년 3월 기준 국립제주박물관의 소장품이 약 4만여 점에 달하지만 전시되는 유물은 700여 점, 전체 소장품 중 2.8%에 불과하다며 전시품을 교체하는 등 꺼내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제주박물관의 관람객은 민속자연사박물관 관람객의 35% 수준에 그칠 정도로 적은 편”이라며 “사람이 많이 찾을 수 있게끔 자료에 대한 접근이 쉬워야 한다. 박물관 전시품이 소장품 대비 2.8%에 그치고 있는데 사람들이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교육이나 행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불어 온라인 환경에서도 유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전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립제주박물관은 타 박물관에 비해 전시물이 부족하고 품목이 제한돼 전시 구성이 단조롭다”며 “컴퓨터 그래픽이나 영상 등 전시 기법을 다양하게 해 박제된 전시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전시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 행사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생이나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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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국립제주박물관은 복합문화관 2층 교육실에서 ‘세계적 감염병 이후 시대 국립제주박물관의 환경과 미래’ 심포지엄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김 센터장은 “국립제주박물관이 섬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섬 문화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해 나가야 한다”며 “콘텐츠 확보와 전시 재구성, 수집 자료의 보존 처리를 위해 학예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주는 타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제주역사와 문화를 수집하고 보전, 전시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라면서 “박물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주학 관련 연구기관이나 단체, 연구 인력, 지역 매체 등과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제주에서 제주학 관련 유관기관과 연구자들의 유기적 협력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제주학의 계승 발전을 위해 광범위한 제주학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전국 지방 박물관은 물론 중앙과 국내외 여러 박물관과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립제주박물관이 제주 지역 박물관의 플랫폼 기능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립제주박물관의 강점인 고고역사박물관으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고고학 분야의 특별전을 늘리고 도내 유일 국립박물관으로서 국내외 다양한 유물을 선보이는 교류기획전을 펼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 박물관과의 교류기획전 등을 통해 제주학이 퍼져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등 플랫폼 역할을 국립제주박물관이 하길 기대한다”며 “또 세계 각국의 유물을 도내 선보일 수 있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1부 ‘국립제주박물관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2부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과 미래’ 전망 등 두 가지 대주제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김홍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공간연구실 부연구위원 ‘지역문화 활성화에 있어 박물관의 역할’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 ‘지역 관광 트렌드와 박물관의 변화’ △김현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공간연구실 연구원 ‘코로나 이후 디지털 환경 변화와 국립제주박물관’ 등 발표가 진행됐다. 

1부 발표에 대한 질의는 △최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과 학예연구관 △홍성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장은정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박물관과 학예연구관이 맡았다. 

2부는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 ‘제주학의 지평 확장을 위한 국립제주박물관의 역할’ △진정환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섬 문화, 국립제주박물관의 특성화 방향’ △종합토론 등이 이뤄졌다. 

2부 질의는 △김진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박용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민속자연사연구과장이 담당했으며, 종합토론 좌장은 △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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