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필적 고의, 우발적 범행”, 변호인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무리한 기소”

제주에서 오픈카를 빌린 뒤 음주 교통사고를 내 연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오픈카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30대 피고인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2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피고인 A씨(33)에 대한 살인 등 혐의 5번째 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A씨는 B씨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급가속했고 적극적인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당시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차량들이 주차돼있고 상식적으로 빨리 달릴 수 없는 도로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질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15분전 B씨가 운전할 때 속도를 줄이라는 등 사고 위험성을 인지하고 위치를 바꿔 자신이 운전한 점으로 미뤄볼 때 교통사고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앞선 증거들을 토대로 볼 때 미필적 고의에 따른 우발적 범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게 됐다. 해당 사건은 사회 구성원에게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진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사건 동기와 경위, 피해의 정도를 고려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징역 15년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A씨 변호인은 서로 결혼을 약속할 만큼 사랑하는 사이였으며 블랙박스 등이 녹화되는 상황에서 살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연인 사이에서 다툼이나 이별의 상황이 있다면 그만 만나면 되지 헤어지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검찰은 대화 내용 녹음본과 블랙박스 증거 중 서로 다투는 내용만 발췌 인용하며 살인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전벨트를 안 했다는 말은 주의를 주는 말로 봐야지 살해의 동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블랙박스가 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폐하지 않고 살해를 저지를 이유가 전혀 없다”며 “둘의 관계와 사고 이전의 행적, 대화 등을 볼 때 살인 동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전 범행을 위한 계획적 준비 정황도 없고, A씨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의 억울함이 없도록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A씨는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하고 유족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6일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9일 연인인 B씨와 제주에 여행 와 소위 ‘오픈카’라고 불리는 고급 외제차를 빌렸다.

이날 늦은 시간까지 함께 술을 마신 두 사람은 다음 날인 11월 10일 오전 1시 20분쯤 A씨가 몰던 오픈카에 탑승한 채 제주시 한림읍 귀덕초등학교에서 연석, 경운기 등과 잇따라 충돌했다.

사고 직전 A씨는 연인 B씨에게 “안전벨트 안맸네?”라고 물었고, “응”이라는 B씨의 대답을 들은 뒤 급가속해 사고가 났다. 

사고 발생 5초전 A씨가 몰던 오픈카의 속도는 시속 82km에 달했다. A씨는 시속 107km까지 가속하다 브레이크를 밟았고, 시속 92km의 속도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보조석에 타고 있던 B씨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 등에 큰 부상을 입었고, 집중치료를 받던 B씨는 이듬해인 2020년 8월 23일 사망했다. 

검찰은 B씨가 사망한 뒤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뒤 A씨 변호인과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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