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질문] 이경용 "영전강 고용안정 촉구"...이석문 "대법 판결 근거해야"

지난 19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고용안정을 촉구하고 있는 제주지역 영어회화전문강사들. ⓒ제주의소리
지난 19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고용안정을 촉구하고 있는 제주지역 영어회화전문강사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경용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서홍·대륜동)은 23일 속개된 제400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육행정질문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제주도교육청 차원의 전향적 해결의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석문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5년 전 노사간 협의를 근거로 제주지역 영전강의 고용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 사태 해결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영전강 제도는 지난 2009년 실용영어교육 강화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강사들은 1년 단위 계약으로 4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연장이 가능하지만, 기간제법 상 예외로 분류돼 무기계약직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2017년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에서 정규직전환 제외 대상으로 결정됐다.

2013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영전강에 대한 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의 직고용을 권고했지만, 교육당국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실상 일몰사업으로 규정해 계약기간 중 퇴사하는 경우 추가 채용하지 않아 제주지역 영전강은 2016년 119명에서 2021년 현재 44명만 남아있다.

최근에는 실질적인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경용 의원은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10년이 넘는 세월을 해고위협에 고통받아야 했다. 영전강고용불안 문제는 국가 교육 정책을 믿고 참여한 강사를 국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잘못된 교육정책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영어는 사교육과 가정환경의 영향이 매우 큰 교과로 학생 개개인의 수준 차이가 매우 큰 것이 현실"이라며 "영전강은 영어 공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직종으로 각종 연구와 설문 결과 강사의 효과성이 높게 나오고 있다. 영어교육 관련 교원업무경감과 전문성 강화 취지에서도 긍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전강 사업이 안정적 일몰제로 정리되기 위해서는 현 인원 외의 인력 유입을 제한해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갈등 및 법적 소송 등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정의 위협에다가 완전공개경쟁으로 내몰아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영전강 채용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소통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교육감의 직고용과 무기계약 전환 등에 대한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의제로 내놓아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23일 속개된 교육행정질문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를 두고 설전을 벌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23일 속개된 교육행정질문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를 두고 설전을 벌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답변에 나선 이석문 교육감은 "영전강 제도는 교육감 첫 취임 때 격렬하게 부딪혔고 많은 아픔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령만 바뀌며 제도가 도입됐고, 그 과정에 찬반양론이 격렬했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려에 보면 영전강은 기간을 정해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4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독특한 위치에 있는 직종"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2016년 당시 노조와 합의된 사안은 수업시수 미발생 시 수업시수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중도사직자나 재계약미희망자 발생 학교배치를 노력한다는 내용, 4년 이하 근무자 종료시 신규채용은 학교 단위에서 책임고용하고, 고용에 따른 비용 중 일부 보험료를 학교에서 부담키로 했다. 단, 이는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대의 화두가 공정으로 돼있고 채용과 관련해 공정한 기회를 누구에게든 줘야할 때가 됐다. 정규직전환심의위도 영전강을 무기계약직 대상에서 제외했고, 2020년 대법원도 영전강 신분이 무기계약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 직고용과 무기계약 제안을 의제로 두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추가 질문을 통해 이 의원은 "그간 진보 교육감으로서의 활동은 표심 얻기 위한 수단이었나. 소수자 보호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으로 박수치고 싶은데, 마지막 답변은 '대법원 판결 이러니 나는 못하겠다'인가. 특별자치도교육감이 맞나"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교육이나 행정은 판결대로만 정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감도 전국 최초로 무상교육 등을 노력한 이력이 있지 않나. 소수자 보호 차원에서 영전강의 정규직 전환 등을 주장한다면 진보 교육감으로서 박수받고 존경받는 교육감이 될 것"이라며 "교육감쯤 돼 판례에 의해 못하겠다는 입장이라면 교육감 선거 나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우리사회 소수자들을 대표해 말씀해주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영전강 문제는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고, 그 합의 내용을 이행한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는 이미 원어민 교사, 영어전담 교사가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정하게 채용하겠다는 것 뿐"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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