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위기를 기회로] (5) 가마앤조이, 작은쉼표, 무근성양과점

ⓒ제주의소리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 양성 과정'에 참여한 조윤득 가마앤조이 대표, 임경숙 작은쉼표 대표, 박상경 무근성양과점 대표. 이번 과정으로 더욱 끈끈해진 그들은 관덕정 근처에 가게가 모여있어 서로 더 의지한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코로나로 오픈 마켓을 열 수 없어지며 위기에 처한 수제인형공방 대표님, 오랜 시간 나의 제과점을 운영하는 게 소원이었던 강사님, 예술인으로서의 입지는 굳건했지만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게 어려웠던 작가님. 세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고용노동부와 제주도 지원으로 운영한 ‘핸드메이드 메이커 창업 양성 과정’. 수공예 분야에서 창작자, 강사, 사업자로 활동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기획부터 온라인 유통과 강의 체험 프로그램 제작,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 과정이다.

이번 과정은 사업자로 활동했던 이들에게는 새로 브랜드의 내실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창작자와 강사로 일하던 분들에게는 실제로 창업까지 달려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 기회로 연이 닿아 원도심의 활기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세 사람. 임경숙(50) 작은쉼표 대표와 가마앤조이 조윤득(60) 대표는 12월 오픈을 앞둔 박상경(49) 대표의 무근성양과점에서 연신 서로에게 덕담과 선물을 건네며 웃음꽃을 피웠다.

ⓒ제주의소리
박상경 무근성양과점 대표. ⓒ제주의소리

박상경 대표는 제주관광대학교에서 조리 관련 공부를 마치고, 일본에서 제과 공부를 하다가 15년 동안 대학, 평생교육원, 학교에서 강사로서 제과, 커피 관련 수업을 해왔다. 

작고 따뜻한 가게를 갖는 게 오랜 소망이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학교 선배이기도 했던 임경숙 대표의 권유로 함께 뛰어든 게 이번 창업 양성 과정이다.

박 대표는 “사업을 꿈만 꿨지, 전혀 몰랐는데 실제로 사업 관련 지식을 많이 배웠다. 창업을 하려면 사업계획서도 쓰고, 사업자 등록증도 있어야 하고, 공간도 있어야 되니 강사를 그만두고도 1~2년은 넉넉히 걸릴 줄 알았는데 교육을 들은지 약 5개월이 된 지금 어느새 제과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방을 하시는 분들의 걱정을 공유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분들이 많구나’를 느끼면서 힘을 얻었다”며 같이 도전하며 으쌰으쌰했던 참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무근성양과점. 1963년에 지어진 가옥을 리모델링해 인테리어를 마쳤다. 테이블이 하나 들어가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따스한 햇살과 커피향, 다양한 종류의 제과가 손님들을 반길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임경숙 작은쉼표 대표. ⓒ제주의소리

임경숙 대표는 10년이 넘게 웹디자인 일을 하다 회사를 관두고 2012년부터 ‘작은쉼표’라는 이름으로 핸드메이드 인형 공방을 시작했다. 바빴던 인생에 쉼표를 찍고, 다시 한번 좋아하는 일을 향해 달려왔지만 코로나19로 핸드메이드 최대 마켓인 ‘벨롱장’이 문을 닫으면서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임 대표는 “코로나가 터진 뒤에 1~2년이 되니 주변 공방도 다 포기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이번 과정 모집 공고를 보고 이번 기회에 여유 있게 차근차근 다시 배워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홍보, 마케팅 방법을 배우며 “우리도 많이 쫓아가야겠다”고 느꼈다는 그는 “수업을 받으며 생소하고 현실감이 없는 내용도 있었지만 겪어보지 못한 부분을 배우며 지원비로 미싱도 사고, 시제품도 새로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제주의소리
임경숙 대표가 직접 만든 인형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조윤득 가마앤조이 대표. ⓒ제주의소리

맏언니로 든든하게 두 사람을 지지해주는 조윤득 대표는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일본을 포함해 총 12번의 조각, 도예 관련 개인전과 200여회의 단체전을 진행해온 베테랑 작가다.

2014년도에 ‘가마앤조이’를 오픈해 공방과 함께 아트숍을 운영해왔던 그는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 “사업전략도 없이 작가적인 입장에서 공방을 꾸려온”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조윤득 대표는 “창업 아이템의 필요성, 시장 분석, 서비스 전략을 새로 공부하면서 이제까지는 계획없이 해왔던 걸 재정립하는 계가 됐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인테리어도 새로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짚어내면서 새로 창업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가마앤조이 공방. 안쪽으로는 체험 공방이 있고, 최근 새로 인테리어를 한 아트숍에서는 ‘제주돌섬’을 주제로 한 조윤득 대표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제주의소리

관덕정 근처에 모여 있어 원도심을 활기차게 이끄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세 대표는 창업 양성 과정을 마친 후에도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나, 소비자를 만나 제품을 검증받고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플리마켓과 같은 판로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참여과정에 있어 아쉬운 점으로 임 대표는 “내년에 심화과정이 있다면 현장에서 수공예업을 해오셨던 선배분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박 대표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분들께 꿈이 있으면 아무리 늦었다 생각해도 도전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도 마침내 창업을 하게 됐는데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작지만 따뜻한, 선물 같은 제과점을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라며 설레는 미소를 보였다. 

ⓒ제주의소리
무근성 양과점의 시제품 마들렌.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