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첫 재심…재판부 고심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첫 재심…재판부 고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판부, 재심 개시 앞둬 재심청구권 등 입법 취지 검토中
올해 5월 제주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뒤 취재진 앞에 선 4.3생존수형인 고태명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5월 제주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뒤 취재진 앞에 선 4.3생존수형인 고태명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제주 4.3 희생자에 대한 직권재심을 성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추가적인 4.3 재심사건이 예정돼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오는 12월1일 4.3생존수형인 고태명(1932년생) 할아버지 등 34명에 대한 재심사건을 심문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심을 청구한 34명은 4.3 광풍에 휩쓸려 국가보안법 위반과 포고령 위반, 내란실행방조, 방화연소 등 혐의로 일반·군사재판을 받은 피해자와 유족들이다. 

이날은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심문 절차로 진행된다. 심문 절차에서 개시가 결정돼야 정식 재판으로 이어진다.

앞선 11월 11~12일 재판부는 이들이 청구한 재심사건 약 30건을 분리·병합해 함께 심리하기로 했다. 이중 1건은 군사재판 피해자며, 나머지는 일반재판 피해자로 확인됐다. 

이번 재심사건을 다루는 제주지법 형사2부는 2019년과 2020년 4.3 관련 재심사건에서 공소기각과 무죄 선고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형사2부 재판장도 당시와 같은 장찬수 부장판사다. 

무죄 선고 당시 장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했고 입증 책임이 있는 검사는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관련 증거가 없어 검찰도 무죄를 구형한 만큼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증거관계만으로는 공소사실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기각과 무죄 선고라는 역사적인 판결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올해 3월 4.3특별법이 전면 개정됐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에서 재심청구는 검사와 피고인(당사자), 피고인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가능하다. 

오는 12월1일 예정된 재심사건 재심 청구자 중 일부는 당사자나 배우자, 직계존속이 아닌 4촌이 넘는 조카뻘 유족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재심청구 사유와 재심청구자들의 청구가 적법한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형사소송법만 적용하면 4촌 이상 조카뻘에게는 청구권이 없어 이번 재심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올해 3월23일 전면개정된 4.3특별법에 재심사유와 재심청구권자에 대한 특별규정을 뒀는데, 형소법 등의 규정을 배제한다는 취지다. 4.3특별법 전면개정 이후 4.3 관련 재심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재심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에서 판례는 매우 중요하다.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첫 재심사건에서 재판부가 재심청구자 등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석하느냐에 따라 추후 재심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1일 예정된 고태명 할아버지 등 34명에 대한 재심사건 심문절차가 중요한 이유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재판부도 고심이다. 

재판부는 4.3특별법에서의 재심사유와 재심청구권자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게 된 입법 취지와 국회 논의 과정 등을 훑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무총리 산하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는 제주4.3특별법에 따라 ‘수형인 2530명에 대한 유죄판결의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 권고했다.

3월 공표된 4·3특별법 제15조(직권재심 청구의 권고)에 따라 고등군법회의 명단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위원회가 권고한 희생자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에 치러진 두 차례 군법회의에 회부돼 수형생활을 한 사람들이며,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대검찰청에 ‘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존중해 관련 법률에 따라 신속히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등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4일에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현판식에 참여한 김오수 검찰총장도 “시대적 혼란기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희생자 유족분들께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 앞으로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처음 진행되는 4.3 관련 재심사건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