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층 용역업체 문화재청 등록 조사기관 아니...1530만원 수의계약 ‘공사는 하지도 못해’

서귀포시가 올해 1월 체결한 서귀포층 인근 도로구조 개선을 위한 지표조사 용역과 2월부터 3월 말까지 이뤄진 용역보고서.
서귀포시가 올해 1월 체결한 서귀포층 인근 도로구조 개선을 위한 지표조사 용역과 2월부터 3월 말까지 이뤄진 용역보고서.

[제주의소리]가 9월22일 보도한 [비행기 타고 제주서 용역 타 지자체 공무원 이번엔 자문 논란] 기사와 관련해 용역 맡은 해당 연구소에 대한 자격 심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도로개선 사업 지표조사 용역을 재검토한 결과 용역 수행기관이 문화재청 훈령에 따른 지침상 조사기관에 해당하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된 용역은 서귀포시가 사업비 1530만원을 투입해 올해 1월 수의계약을 체결한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일대 도로개선을 위한 지표조사 용역이다.

서귀포시는 서홍동에서 서귀포항으로 이어지는 ‘S’ 모양의 굽은 길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초 도로공사를 계획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 지표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건설 구간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195호 서귀포층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층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생대 제4기에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다.

당시 도로부서는 서귀포층에 대한 지표조사를 위해 문화재 부서에 우선 협의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건설부서는 문화재 부서의 의견을 반영해 A업체를 상대로 용역 절차를 진행했다.

문제는 A업체가 문화재청 훈령인 ‘화석 및 화석산지 보존관리 지침’에 따른 조사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에는 지표조사는 건설공사의 시행자가 요청해 문화재청장에게 등록한 조사기관이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화석 및 화석산지 보존관리 지침’ 제13조에는 화석산지에 대한 지표조사를 위한 지질분야 조사기관을 고시할 수 있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조사기관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서귀포시가 추진하려던 서귀포항 진입 도로. 's'자 모양의 굽은 길을 개선하기 위해 지표조사를 진행했지만 정작 문화재청 반대로 공사는 없던 일이 됐다. [사진출처-네이버지도]
서귀포시가 추진하려던 서귀포항 진입 도로. 's'자 모양의 굽은 길을 개선하기 위해 지표조사를 진행했지만 정작 문화재청 반대로 공사는 없던 일이 됐다. [사진출처-네이버지도]

서귀포시 관계자는 “발주부서의 요청에 따라 A업체를 계약 대상자로 결정했다”며 “용역을 재확인한 결과 A업체가 법률에 따른 조사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재 부서 의견을 반영해 계약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격심사 과정의 잘못을 인정했다.

건설부서는 올해 4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도로공사를 추진했지만 문화재청이 서귀포층 훼손 우려에 따른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정작 사업은 추진하지도 못했다.

[제주의소리]는 앞선 취재 과정에서 A업체가 진행한 해당 용역에 다른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현직 공무원이 연루된 의혹을 지적하며 적정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용역보고서에 등장하는 조사 참여자 5명 중 3명은 A업체 이사진이다. 이사장 B씨는 지질 전문가도 아니지만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자문위원 중에는 공무원 C씨도 포함돼 있었다.

취재결과 C씨는 수년 전부터 A업체 소속으로 각종 용역사업에 참여했다. A업체는 2011년 1월 제주도청 인근에 사무실을 차리고 제주도가 발주하는 각종 용역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가 발주한 용역에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업은 [제주의소리]가 확인한 것만 8건이다. A업체가 이 기간 수주한 금액도 2억원에 달한다.

C씨는 A업체 설립 시기인 2011년부터 8년간 해당 업체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공무원 신분으로 겸직 사실이 확인돼 징계를 받기도 했다.

9월 취재 당시 A업체 이사장은 서귀포층 용역과 관련해 “C씨에게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고 단순 자문이었다. 말 그대로 자문을 했을 뿐 용역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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