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 농수축경제위, “계수조정 전까지 대안 갖고 와라” 결자해지 주문

제주도가 ‘1인당 40만원’의 농민수당을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한 약속을 뒤집고, 2022년도 예산안에 재정여건을 이유로 50% 감액 편성한 것과 관련해 제주도의회가 “계수조정 전까지 대안을 갖고 오라”며 제주도에 결자해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길호)는 30일 오후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출석시킨 가운데 농수축식품국 소관 2022년도 예산안(농민수당)에 대한 정책질문을 통해 농민수당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내년부터 1인당 40만원 농민수당 지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제주도는 2022년 예산안에 농민수당 지원사업비 112억원을 편성해놓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주민청구에 의한 ‘제주도 농민수당 지원 조례’ 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문제는 1인당 지원액이 당초 약속보다 반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고영권 정무부지사가 위원장인 농민수당심의위원회의 ‘1인당 40만원’ 지급 결정을 제주도가 약속을 먼저 깬 것이다.

임정은 의원(중문·대천·예래동)은 “농민단체에서는 최초 120만원을 요구했지만 농민수당심의위원회에서 최종 4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에는 20만원 밖에 반영이 안됐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고영권 정무부지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하자, 임 의원은 “그렇게 무책임하게 답변해서는 안 된다. 농민들을 위해 끝까지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송영훈 의원(남원읍)도 “행정이 약속을 지켰으면 우리 농민들이 아스팔트에서 농사를 짓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정무부지사는 농민 편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결위 계정조정이 있는) 14일까지 대안을 마련해 오라”고 주문했다.

김경미 의원(비례대표)은 “임명직과 선출직이 이렇게 차이가 있는지 확실히 알 것 같다. 원희룡 전 지사가 지금 도정을 이끌고 있다면 과연 농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었을까”라며 “이 문제는 무조건 행정이 해결해야 한다”고 제주도의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민수당심의위원회의 의결은 구속력이 없는 것이냐. 구속력이 없다면 굳이 도정 넘버2가 위원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법률가로서 어떻게 보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농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의 능력 부족 때문이다”라며 “위원회 의결에 대한 구속력과 관련해서는 검토해서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성균 의원(애월읍)은 “1인당 80만원을 지급하더라도 농민수당 전체예산이 440억원 밖에 안한다. 도 전체예산에서 따지면 푼돈이다”라며 “예를 들어 탐나는전 예산 3000억원 중 1000억원만 삭감하면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탐나는전이 아니더라도 예산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대안만 갖고 오라”고 공을 제주도에 넘겼다.

김용범 의원(중앙·천지·정방동)은 “(부지사께서) 자꾸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정무부지사를 다시 했느냐”고 면박한 뒤 “정무부지사가 1차 산업 부서를 소관하면서 관련한 인사권, 재정권까지 부여받은 것으로 안다. 부지사가 의지만 있었으면 해결하는 것은 일도 어렵지 않다”고 일갈했다.

현길호 위원장(조천읍)은 “예산부서에서 재정여건이 어렵다고 하는데, 최근 5년간 추경 규모를 보면 내년에도 무조건 4000억대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며 “재정 여건을 얘기하는 제가 보기에는 일부 공직자들이 내년 지방선거 후 민선 8기 도정에 잘 보이기 위해 돈을 딴 주머니에 채워 넣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제주도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계수조정 전에 집행부에서 대안을 갖고 오라”고 주문했고,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내부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전업농민들에게 1인당 농민수당 2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해서 112억원을 편성했다. 지급대상은 전체 농업인 7만7000여명 중 제주시 2만8270명과 서귀포시 2만7682명을 포함해 총 5만5952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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