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석 변호사·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제주포럼 공동대표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 사이에 치열한 공약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월 29일 민주의 성지, 광주에서 “경제·민생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밝히면서 전환적 성장과 공정한 성장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혁신할 수 있게 지원하겠고, 중소기업·대기업의 상생과 협력,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제1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같은 날 한국경제연구원 창립 4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공정과 상식은 사회적 자본의 일종으로 자유시장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가치이고,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의 시장개입도 시장실패를 막는 상식적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핏 보기엔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의 큰 틀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속내를 꿰뚫어 보면 온도 차가 느껴진다. 

경제민주화(Economic Democratization)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 활동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개혁하는 일’로 정의되고 있다. 좀 더 따지면 ‘공정한 기회’에 초점을 두는 경우와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두는 경우로 분류된다.

‘경제의 민주화’는 헌법적 개념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 제9차 개헌이 이루어져 현행 헌법이 탄생했다. 헌법 제119조 제1항에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제2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정치인 ‘김종인’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정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원로이다. 

이분은 1987년 개헌 당시 ‘경제 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넣은 장본인이라고 자칭하면서 마치 ‘경제 민주화’를 자신의 전매특허인양 자랑한다. 

헌법재판소(2003.11.27.ᅠ선고ᅠ2001헌바35)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규정된  '경제민주화'의 이념은 경제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기 위하여 추구할 수 있는 국가목표로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행위를 정당화하는 헌법규범이다.”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학설상 논란이 있지만,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하고 있으나, 제119조 제2항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다수설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이념’(96헌가4, 97헌가6·7 등), 또는 ‘우리 헌법의 경제 질서 원칙에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제도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하는 제도’(99헌마365)라고 판시하고 있다.

20대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이 헌법의 경제 질서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역대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경제 공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에 세계화, 개방화의 물결에 따라 YS는 ‘신한국 창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으나 국가경제 부도사태인 IMF의 위기를 맞이한다. ​DJ는 이 고통에서 국민들을 구제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판단하여 ‘경제를 살립시다.’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그 공약을 실천했다.  

16대 대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수출 시장 확보, 투자 유치, 제도의 선진화를 도모하였다.

17대 대선에서 당선된 MB는 ‘747’(연평균 7% 성장과 10년 뒤 1인 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공약을,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는 신자유적의적 공약인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과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한 세트로 내놓았다.

MB의 ‘747’공약은 미국 발 금융위기와 유럽 발 재정위기 등으로 된 서리를 맞아 2010년 2월에 사실상 폐기 선언을 해버렸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5대 국정과제에서 경제 민주화를 빼고 대신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19대 대선에서 당선된 촛불대통령 문재인은 재벌개혁과 일자리 창출로 사람 중심 경제로 국민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사람경제 2017’구상을 내놓았다. 취임 후의 첫 번째 6월 민주항쟁 기념사에서 ‘경제민주주의’란 개념을 언급하면서 ‘경제민주화’의 부활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과 비정규직 제로 등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어려워지고,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았고,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해 중산층이 몰락하게 됐다. 

김승석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제주지역본부 공동대표.
김승석 변호사,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제주포럼 공동대표.

‘국토보유세’의 신설해서 그 재원으로 국가가 주도적으로 소득·주택·대출의 3종 세트를 ‘기본’으로 제공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소득 공약은 ‘큰 복지’ 또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작은 복지’에 불과하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을 내세우나 29일 광주 선언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가 싶다. 현양매구(懸羊賣狗)라는 고사성어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종인 박사는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라는 글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스스로 경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유일한 분이라고 평가하였다.

20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지역 간 및 산업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불확실성 및 IMF 이후의 만성적인 저투자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경제 공약을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릴 것 같다. / 김승석 변호사·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제주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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