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학생 “제가 그들에게 무슨 잘못을 한걸까요” 청와대 청원

[기사보강-2일 09:22] 제주시 모 고등학교에서 같은 학년의 여학생을 상대로 남학생들이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가해 혐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피해 여고생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 집단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8일 피해 학생 A양으로부터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학교 내부에서 성희롱을 당해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성희롱을 가한 혐의를 받는 학생들과 목격자, 증인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가해 혐의 학생들은 A양과 주변 친구들을 상대로 외모와 신체를 평가하거나 성행위를 묘사하는 등 성희롱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모 고등학교에서 같은 학년의 여학생을 상대로 남학생들이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 학생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글을 올려 피해를 호소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A양 주장에 따르면 9명의 남학생들은 6개월여간 신체 특정 부위를 언급하거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성적 발언을 내뱉었으며, 각종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A양은 “같은 학교에 있는 옆 반 아이들과 같은 반 아이들에게 성희롱을 당해왔다. 그들은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에 모여 내 이야기를 일삼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내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친구들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나에 대한 조롱과 성희롱을 수차례 했다”며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 시간 동안 나는 성희롱과 조롱을 들을 것을 알면서도 학교에 나가야만 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또래 남학생들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숨을 쉴 수 없었고 ‘저 사람도 날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며 “도저히 학교에 나갈 수 없어 한 달간 나가지 않았더니 내가 자살했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여전히 외모와 신체 비하를 일삼고 있었다”고 피력했다. 

해당 장면을 목격했다는 B학생이 경찰에 증언한 내용을 살펴본 결과 B학생은 “여학생들의 교복 차림을 보고 성욕을 드러내는 발언을 한다거나 속옷 색깔을 이야기하며 웃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었다”며 “그 학생들 앞에 앉아있을 때면 나는 얼마나 조롱하고 있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 “A양과 친한 남학생에게 간 뒤 ‘둘 사이 성관계를 했느냐’는 등 성희롱 발언을 지속했고, 학폭위가 열리자 상담을 받고 온 해당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와 책걸상을 발로 차고 고함을 지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욕 해소의 도구로 보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A양 학부모는 [제주의소리]에 “그렇게 밝았던 딸이 얼마 전부터 밥도 안 먹고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며 “힘든 와중에도 상담 선생님께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는데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고등학교 고위 관계자는 1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폭대위)를 열어 내부 조사를 마친 뒤 교육지원청에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결과, 폭대위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학교내 조사를 마치고 교육지원청에 폭대위를 열기 위한 심의 안건을 올린 상황이다. 

해당 학교 교감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심리상담과 가해 학생 분리 등 학교폭력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고 피해 학생이 원하는 것도 반영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하고 있으며 경찰 조사와 교육지원청 조사에 따라 이후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A양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가 하루아침에 XX가 되었습니다. 제가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잘못을 한걸까요(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jgrM2j)”라는 게시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을 넘겨 관리자가 검토 중인 상태며, 1일 오후 2시 30분 기준 3021명이 서명한 상태다. 청원은 검토 기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청원글에 따르면 A양은 올해 6월부터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성희롱을 당하며 지내왔으며 이후 스트레스로 복통과 어지러움, 구토 등 증상을 보여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 예체능 관련 입시를 준비하던 A양은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으며 학교를 못 나가는 등 피해를 겪었다. 

그럼에도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자 해당 학생들은 난폭하게 반응하며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을 뒤엎겠다는 등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A양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해당 학생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거나 단순한 농담이었다는 말로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며 “학교에서는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하다는 이유로 나와 엮여 조롱을 받았던 친구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아직도 나와 친구들은 가해자가 지내는 학교에서 매일 같이 같은 반 혹은 옆 반에서 생활하며 지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잘 모르겠다, 장난이었다는 등 어떻게 하면 처벌을 면할까 하는 태도를 지켜보는 나로서는 지금 상황이 억울하다”며 “이번 일을 통해 가해자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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