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중대한 위법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경찰로서 의식을 저버렸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경제사범 잡다 마약사범도 잡은 제주 경찰이 직무유기?’ 기사와 관련해 제주 현직 경찰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심병직 부장판사)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제주경찰청 수사과 소속 A씨(38)에게 7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동료 경찰과 함께 지난해 8월 경남 김해 한 숙박업소에서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피의자 B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인 C씨를 1시간 정도 잘못 체포했다. 당시 B씨는 숙박업소 403호, C씨는 401호에 머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갖고 있던 C씨가 "나는 B씨가 아니다"라고 부인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 등 경찰은 탐문수사를 이어갔고, 403호에 있던 B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C씨가 머물던 401호에서 마약 등이 발견됨에 따라 A씨는 육지부 경찰이 C씨를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B씨를 제주로 데려왔다. 

형사소송법 등에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을 긴급체포했을 경우 12시간 이내에 사유서 등을 검찰에 제출해 알려야 한다고 명시됐다. 

검찰은 A씨가 C씨를 잘못 체포한 사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며 A씨를 기소했다. 

심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례상 A씨를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무유기는 정당한 이유없이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하거나 직무·직장을 이탈하는 행위다. 

채택된 증거 등을 종합했을 때 B씨와 C씨의 외모가 유사한 점, A씨가 숙박업소 관계자에게 B씨 사진을 보여줬을 때 관계자가 C씨가 머물고 있는 401호로 안내한 점 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C씨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갖고 있었고, 현장에서 마약 등이 발견된 점을 종합하면 A씨에게 중대한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심 부장판사는 “A씨가 내부적으로 잘못 체포했던 사실을 보고한 점 등에 비춰 인사상 불이익을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숨겼다고 보기 어렵다. A씨가 경찰 의식을 저버렸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직후 법정에서 방청하던 A씨 동료와 가족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A씨는 “재판부 판단에 감사드린다. 제복입은 경찰관으로서 앞으로도 사명감을 갖고,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긴급체포 등은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서 소홀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기소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외부인사로 구성된 시민위원회 의결도 거쳤다. 항소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경 갈등 속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보는 시각과 함께 엄정한 법의 잣대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