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오름기행] 자연림이 울창한 부대오름

제주는 장마가 끝나야 비로소 더위가 시작된다. 여름의 초입을 알리는 장마는 자칫 사람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곳은 없을까?

 
▲ 장맛비에 젖어있는 부대오름 숲길.
ⓒ 김강임
 

# 바짓가랑이 풀잎이슬 적시며 숲길 걷다

제주시에서 번영로(동부관광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선흘리 입구 목장주변에 봉긋봉긋 솟아 있는 오름들을 발견하게 된다. 푸른 초원위에 누워 있는 오름들은 주로 자연림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대표적인 오름이 부대오름과 거문오름.

지난 7월 1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9명과 함께 자연림 울창한 부대오름과 세계자연유산등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거문오름을 탐방했다.

아침 8시, 둘레 3002m인 거대한 부대오름 굼부리에는 안개가 걸쳐있었다. 빼곡히 들어선 삼나무 숲과 인적 드문 등산로 역시 밤새내린 장맛비에 촉촉이 적셔 있었다. 오르미들의 바짓가랑이도 어느새 풀잎이슬에 젖었다.

 
▲ 오름전체가 산수국과 삼나무,자연림이 어우러진 생태계가 꿈틀거린다.
ⓒ 김강임
 

# 안개 자욱한 숲길을 걸어 보셨습니까?

날씨가 맑은 날, 숲길은 산림욕을 제공하지만, 비오는 날 걷는 숲길은 또 다른 운치를 가져다준다. 안개 자욱한 숲길의 운치, 장마에 떠난 부대오름 숲 소고는 어떤 색깔일까?

부대오름은 입구부터 정상까지 삼나무 숲과 자연림이 무성했다. 때문에 시원한 조망권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감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대오름의 특별함은 자연그대로 를 간직한 살아있는 숲을 만날 수 있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형형색색의 야생화까지 자연 생태계의 꿈틀거림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부대오름 등반로는 여느 오름처럼 훤히 뚫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상에서 하늘 바다, 수평선을 조망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자연림과 야생화 어우러진 숲길을 헤치며 탐방하는 재미가 부대오름 최고의 매력이다.

촉촉이 젖은 화산터를 걷다보니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자꾸만 뒤돌아본다. 이렇듯 숲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표고 468m, 정상 길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에는 급경사를 타야만 했다. 삼나무 사이를 숨바꼭질 하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능선이 펼쳐진다. 하지만 어디서부터가 능선 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사방이 숲이기 때문.

 
▲ 능선에는 여름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 김강임
 

 
▲ 숲에서도 계절은 익어간다.
ⓒ 김강임
 

 
▲ 발끝에 머무는 야생화는 마치 '야생화 동산'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김강임
 

# 숲에서도 계절이 익어간다

가시덤불과 자연림이 어우러진 능선을 걸었다. 앞장선 오르미는 연신 허리를 굽혀가며 빨갛게 익은 산딸기 유혹에 빠져 있었다. 보랏빛 산수국, 야생화들이 밀림지역의 주인공들이다.

부대오름은 동쪽으로 향한 U자모양의 말굽형분화구를 가졌음에도 오름 속에서는 분화구를 구분하지 못한다. 능선을 따라 걷는 시간만 해도 20여분 정도. 굽부리 능선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수풀 속에서 어미를 찾아다니는 노루새끼 4마리를 발견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나 카메라에 담지 못함이 아쉬웠다.

"오름의 매력은 살아있는 생태계지요!"

무성한 자연림을 헤치며 걷던 지인 한분은 풍경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보다 무성하게 우거진 숲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그의 바짓가랑이도 허벅지까지 흠뻑 적셔 있었다.

부대오름에서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길에 홀로선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숲에서도 계절은 익어간다.

 
▲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분화구는 거대한 병풍을 두른 것 같다.
ⓒ 김강임
 

고층건물 조망권과 높은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 바다와 수평선을 꿈꾸는 자는 부대오름 정상에 설 자격이 없다. 다만 숲을 좋아하고 제주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부대오름 정상에 설수 있으니까 말이다.

 
▲ 굼부리에서 일제시대 일본군이 주둔했다해서 '부대악'이라 부른다. 능선을 오르며 동굴 2개를 발견했다.
ⓒ 김강임
 

부대오름 화구를 돌며 우리는 일본군이 주둔했다는 굼부리에서 동굴 2개를 발견했다. 동굴 주변에는 산수국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역사를 덮고 있는 고사리과의 식물들이 시대의 산 증인처럼 동굴을 지켰다.

하산 후 번영로(동부관광도로) 옆 목장에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걸었던 숲길을 볼 수 있었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부대오름 숲. 부대오름 말굽형 분화구는 마치 초원에 쳐 놓은 병풍처럼 장엄함을 드러냈다. 굼부리를 에워싸고 있는 숲은 안개를 껴안고 있었다.

 
▲ 하산길,바짓가랑이는 흠뻑 젖었다. 거문오름으로 향하는 기대감과 부대오름 숲의 포만감이 함께 교차했다.
ⓒ 김강임
 

 
  살아있는 숲 부대오름  
 
 
 
▲ 말굽형분화구를 가진 부대오름. 숲의 색깔은 검푸르다.

부대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03번지에 있으며, 표고 468.8m, 비고 109m, 둘레 3,002m의 말굽형 분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부대오름은 굼부리에서 일제시대 일본군 부대가 주둔했다는 이유로 부대악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대오름은 삼나무와 자연림이 무성하여 오름을 탐사하는 맛을 느낀다. 동백나무와 진보랏빛 제비꽃, 섬점나도나물이 서식한다.

 
 

☞ 찾아가는 길 : 제주시-97번 번영로(동부산업도로)-선흘입구-대천동(400m)-부대오름 표지판(오른쪽)으로 40분정도가 걸린다. 부대오름을 오르는 데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 오름에 오를때는 정해진 등반로를 이용합시다. 자연을 훼손시키는 일은 삼갑시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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