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습지위, 자연체험파크 '적극 반대' 공식화...도의회 심의 앞두고 난항

제주시 구좌읍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예정 부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지역관리위원회(위원장 고제량, 이하 람사르습지위)가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 추진중인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당초 제주도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사업계획을 조건부 수용하는 과정에서 람사르습지위와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했던 만큼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람사르습지위는 14일 성명을 내고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과는 협의하지 않겠다"며 "제주도는 람사르습지위와의 협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의 진행절차를 중단시키고, 도의회는 환경부 생태·자연도 1등급 곶자왈지역 개발 사업 협의 내용 동의안을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람사르습지위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협의 조건 단체로서 여러 각도의 조사와 논의를 거쳐왔다. 이는 지난해 3월 13일 열린 제주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조건이기도 했다. 

당시 도시건축공동위는 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을 조건부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다섯가지 조건과 두 가지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부대조건에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부지 주변 마을인 선흘리와 북촌리를 비롯해 람사르습지위와 심도 깊은 사전 협의를 거치라'는 내용을 담았다.

즉, 인근 주민과 람사르습지위와의 협의를 의무적으로 명시했던 결정이었다. 실제 최근까지도 사업 시행자인 (주)도우리를 비롯해 지역단체 등에서도 람사르습지위에 사업에 대한 검토 요청이 잇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람사르습지위는 지난 11월 11일 지역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자연체험파크 협조 요청에 대한 안건을 상정해 논의한 결과, 사업 계획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해당 사업이 곶자왈 생태계 훼손을 초래해 동백동산은 물론 조천읍 습지도시의 생태적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람사르습지위는 "해당 지역은 동백동산을 포함한 구좌-조천 곶자왈은 서로 연결된 지질구조를 가지며 한 생태계를 이룬다"며 "파호이호이 용암이 곶자왈의 기저를 이루며 지표수가 고여 마치 물그릇 같은 습지는 제주 곶자왈의 생물다양성 유지는 물론 기후위기시대의 탄소 흡수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평가서를 인용해 "사업부지는 위치적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동백동산과 사업부지 동측의 기 개발지(세인트포CC)와의 완충지역에 해당하면서 사업부지 전체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돼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또 "화산작용으로 만들어진 지질 특성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지역의 독특한 지형적, 생태적 특성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지역을 원형보전하는 것으로는 자연습지, 법정보호종 서식지 등의 보전가치가 있는 유산들에 대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람사르습지위는 "람사르습지도시는 습지 보전에 주민이 참여하고 현명하게 이용하여 지역 경제와 공동체 활성화를 이루는 도시를 말한다"며 "KEI의 검토 의견과 뜻을 같이하며, 동백동산과 더불어 주변 지역 습지와 곶자왈을 보전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추진 중인 제주자연체험파크는 과거 사파리월드에서 명칭을 바꾼 개발사업으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와는 별개의 사업이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자는 당초 99만1072㎡부지에 1521억원을 투입해 사자와 호랑이 등 열대우림 동물사파리, 야외공연장, 관광호텔 등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환경 훼손과 공유지매각 논란이 불거지자 면적을 74만4480㎡로 축소하고 사파리를 제외한 자연체험사업으로 전환했다.

주요시설은 관광휴양시설 20만2375㎡, 숙박시설 1만4926㎡, 주차장 2만4031㎡, 조성녹지 5만7345㎡, 원형녹지 42만9287㎡다. 사업면적의 71%가 녹지로 활용되도록 변경했다.

지난 10월 1일에는 삼수 끝에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조건부 통과했고, 이달 초 제주도의회에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이 제출되면서 40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람사르습지위를 비롯한 선흘1리 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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