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예순 한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제주 해역에서 잡힌 참돔 2만6000여마리가 14일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위판되고 있다. 사진 제공=부산공동어시장
제주 해역에서 잡힌 참돔 2만6000여마리가 14일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위판되고 있다. 사진 제공=부산공동어시장

역사적으로 화산 역사를 살펴보면, 모슬포 송악산 응회암 화산은 약 3800년전에, 성산포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 전에 분출한 화산이라고 알려졌다. 12월 14일 오후 5시 19분 14초쯤 마라도 해상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태평양 화산 ‘불의고리’와는 연관이 없고 해수면 18km아래에 ‘주향이동단층(走向移動斷層, Strike-slip fault)’의 응력(應力)에서 돌출된 진도 4.9의 지진이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의 경사와는 관계없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 남북으로 이동되는 단층을 의미한다. 14일 밤에는 1.3~1.7 잔여 지진이 13회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마라도 해상 지진은 제주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며, 국내에서도 역대 11번째 큰 규모다.

그런데 지진과 맞물려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14일 새벽 부산공동어시장에서 1468개 상자에 담긴 참돔 2만6424마리가 경매에 올라 1억3792만원에 판매됐다. 이는 올해 전체 위판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제주 참돔의 경우 보통 외끌이 어선을 통해 잡는데 이날은 대형선망이 참돔 무리를 발견해 그물로 끌어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일반적인 참돔과 달리 상태와 선도가 고르지 못했다”며 “이처럼 대량으로 제주에서 참돔이 잡혀 위판되는 일이 흔치 않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지난 2005년 4월 11일 SBS TV 프로그램 ‘백만불 미스테리’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소개됐다. 

당시 방송에서는 태국의 인간 어군 탐지기 ‘두람’을 소개했다. 방송을 소개했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람은 바다 속 소리를 듣고 물고기의 종류, 양, 위치를 감지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은 태국 최고의 두람이라 불리는 인물(이름 : 이맘)을 찾았다. 이맘은 바다 속에서 3~4km 이내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는 것. 바다로 나간 두람들이 지적한 곳에선 물고기들이 그물에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이들이 물고기를 찾는 비결은 소리다. 두람들은 물고기가 고유의 소리를 낸다며 그 소리를 흉내 냈다. 전문가들은 물고기가 고유의 소리가 있다는 두람의 말에 공감했다. 이 소리는 물고기가 부레를 떨어서 내는 소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람의 청력으론 거의 듣기가 불가능한 정도다. 최고의 두람인 이맘은 병원 검사 결과, 낮은 주파수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소리의 강도가 낮아질수록 이맘은 점점 예민해졌다. 일반인이 거의 들을 수 없는 25Hz 이하의 주파수에도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5Hz라는 지극히 낮은 음역까지 감지했다.

추정컨대 물고기는 5-25Hz의 주파수를 갖고 산다. 지진파는 평균 0.5-5Hz이다. 물고기 주파수와 지진파의 주파수가 부정합(不整合, Mismatch)이 되면 물고기는 살수가 없다. 그래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도망쳤고, 거기서 나오는 참돔 무리 2만6000마리가 그물에 잡히지 않았나 싶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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