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53) 남들이 하는 대로 같이하지요

* 놈의 : 남들과, 타인들과(하고)
* 대동 : 대동(大同), 새력이 하나의 튼 줄기에 합쳐짐, 대세(大勢)를 따름


지금도 우리 지역에서 많이 쓰인다.
  
“무스 걸 기영 어렵개 생각햄시니. 기냥 놈들 허는 냥 허는 게 수여 (뭣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거냐. 그냥 남들 하는 양 하는 것이 상책이여.)”
  
사람은 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사고방식이 다 다르므로 어떤 일을 함에도 똑같을 수가 없다. 요령껏 쉽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낑낑대며 어렵게 치르는 사람도 많다. 하도 굼떠 진전이 더디니 옆에서 보기에 답답할 수는 왜 없겠는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또 일도 일 나름,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이럴까 저럴까. 양자택일의 기로(岐路)에 서서 어려움을 겪게도 된다. 이럴 때 약삭빠르게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잘라 명확히 말하기 일쑤다.
  
“기영 조들 거 잇어. 놈이 허는 것 보멍 다덜 허는 대로 곹이 허민 되주기.(그렇게 걱정할 것 있어. 남이 하는 것 보면서 다들 하는 대로 같이 하면 되지.)”라 하기 십상이다. 

문제 해결에 고민이 따를 때는 남들 하는 대로 같이하면 대충 좋은 쪽으로 되는 것이 아니냐 함이다. ‘여러 사람이 하는 대로’야말로 일 처리 방향의 보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거의 틀림이나 잘못이 없을 거라는 얘기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어떤 문제의 해법(解法)은 보편타당해야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하나로 대동(大同)한 것 이상의 방책(方策)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면 회의에 ‘다수결’의 원칙이 존중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릴 적에 많이 들어온 말이라, 지금도 귀에 익숙하다.
  
“모슬이 쓰레기매립장 따문에 어떵허여야 좋을지 몰란 이 사름은 이 말, 저 사름은 저 말, 말덜이” 만헌 모양인디 어렵수다 양.(마을이 쓰레기매립자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이 사람은 이말, 저 사람은 저 말, 말들이 많은 모양인데, 어렵네요, 예.)

이럴 때, 아무래도 모범답안은 ‘놈의 대동 허주게’인 게 맞다. 백이면 백이 모두 하나의 의견에 합치될 수는 없는 법. ‘남들 하는 대로 같이하지요.’다.

어떤 경우에도 대세(大勢)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최대공약수란 개념하고도 일맥 상통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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