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7년째 수모…개선 의지 있나

지표와 체감도 사이에는 틈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간극은 측정 기준이 잘못됐거나 정교하지 못할 때 주로 생긴다. 그걸 감안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게 있다. 제주도가 지역안전지수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또 안았다. 한마디로 전국에서 제주도가 가장 불안하다는 얘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벌써 몇 번째인가.

도둑, 대문, 거지가 없는 삼무(三無)의 고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지역안전지수를 가리는 6개 분야 가운데 ‘범죄’는 삼무와 가장 관련이 있는 분야다. 이 역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니 놀랍다. 그것도 7년 연속으로. 격세지감, 세태의 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충격적인 성적표다. 생활안전 분야도 꼭 마찬가지다. 생활안전은 구급 발생 건수를 따진다. 

지역안전지수는 안전에 관한 각종 통계를 활용하여 자치단체별 안전수준을 계량화한 수치다. 1~5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뜻이다. 올해(2020년 통계 기준) 제주도는 평균 4.2등급이다. 두루두루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6개 분야 중 범죄, 생활안전, 화재는 5등급, 자살은 4등급, 교통사고와 감염병 분야는 각각 3등급을 받았다. 9개 도(道) 중 9위다. 특별·광역시로 범위를 넓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최악이다.

사진 설명.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진 설명.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역안전지수는 2015년부터 매년 발표됐다.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 7년 연속 5등급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꼴찌를 했다는 의미다. 왜 그런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뭘 했는지 말문이 막힌다. 

한때는 외지인 탓을 하기도 했다. 범죄나 교통사고 발생 빈도 등을 따질 때 둘러대기 좋은 핑계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외국인이나 관광객에 의한 사건 사고는 지수 산정에서 제외됐다. 

시급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개선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니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다행히 제주도가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지수 향상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니 내년 이후에는 달라진 평가를 기대하겠다. 

다만, 지역안전지수를 개발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대응 방식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재난안전연구원은 지수 산출에 직접 참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전언대로라면 재난안전연구원은 등급 평가에 대한 산출 근거를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한다. 뭔가 석연치 않다. 

지역안전지수 산출의 목적은 안전사고를 체계적으로 줄이고, 안전 관련 정책과 사업을 최일선에서 결정·집행하는 지자체(장)의 관심과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데 있다.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지 신상필벌이 목적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려면 뭐든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제주도의 요청이 부당하다면 적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재난안전연구원 스스로도 “등급이 낮은 자치단체에는 지수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과 함께 안전수준 개선을 위한 안전진단(컨설팅)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년, 아시아 최초로 3회 연속 국제안전도시 인증패를 들어올린 제주도의 지역안전지수 전국 최하위는 더 없는 수모이자 굴욕이다. 

당시 제주도는 대대적인 선포식을 열어 국제안전도시 3기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5년간 도민 사고손상의 획기적 감소, 도민 체감형 안전도시 사업 전개, 국제안전도시 브랜드 연계한 지역발전 기여 등의 내용이다. 

그로부터 4년동안 거의 모든 안전 지표에서 매년 뒷걸음질  친 셈이다. 이제는 목표 시점까지 만회할 시간도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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