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21일 중·고등학교 대상 세대공감 4.3예술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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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 4.3예술제가 21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신축항쟁부터 제주4.3항쟁, 촛불혁명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제주섬의 저항 의지를 청소년들과 공유하는 뜻 깊은 자리가 열렸다.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며 제주도교육청이 후원한 ‘세대공감 4.3예술제’가 21일 오전에 열렸다.

제주민예총은 코로나19 발병 이전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 행사를 개최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는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작품 공모와 워크숍으로 대체했다. 이번에는 120주년을 맞는 신축항쟁도 강조하면서 유연한 방식의 강연을 시도했다.

참가 인원은 43명으로 교육청을 통해 모집한 오현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표선중학교 학생들로 구성했다. 아침 일찍 모인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상설전시실과 각명비, 조각품 ‘비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차례로 둘러봤다.

이후 11시부터는 4.3평화교육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는 김동현 문예평론가와 학생들의 대화로 진행했다. 

이재수 모친 묘비에 새겨진 ‘제주영웅’이란 문구의 연원을 시작으로 신축항쟁 의미, 신축항쟁·4.3·촛불혁명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대본을 대화체로 작성하고, 신축항쟁의 배경을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등 최대한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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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평론가(맨 왼쪽)와 학생들의 대담 방식의 강의. ⓒ제주의소리

김동현 평론가는 “부당한 세금 징수에 맞서서 도민이 일어선 신축항쟁, 분단을 막기 위해 일어선 4.3항쟁, 그리고 나라를 위해 모여서 목소리를 높인 촛불항쟁까지. 시간은 떨어져 있지만 신축항쟁, 4.3, 촛불혁명은 의미로 연결돼 있다. 촛불은 들었던 청소년 여러분도 누군가에게는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억한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불러야 할 이름들이 역사 속에 존재한다”라고 당부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마지막 순서는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이실 재 지킬 수’로 장식했다. ‘이실 재 지킬 수’는 신축항쟁의 과정과 이재수의 영웅담을 요약한 작품이다.

비록 마당극이라는 장르가 낯설고 실내 공간 특성이 마당극과 다소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앞선 설명 덕분에 공연에 집중하는 학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대 배우들 덕분에 정서적인 공감대도 어느 정도 만들어졌고, 재치 있는 풍자 장면에서는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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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공연 '이실 재 지킬 수'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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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공연 '이실 재 지킬 수'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오현고등학교 3학년 백선재 군은 “학교에서 역사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4.3에 대해 더 깊이 알지는 몰랐는데, 평화기념관 전시장을 둘러보고 강연과 마당극까지 참여하면서 제주의 지난 역사가 촛불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를 알게 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백선재 군은 “청소년들은 SNS를 많이 사용하고 관심도 많으니, 다음 행사에서는 홍보나 내용에 있어 SNS를 많이 활용한다면 더 공감이 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표선중학교 2학년 김유경 양은 “가족과 함께 평화기념관을 둘러볼 때는 이 정도로 알지는 못했는데, 이번에는 자세하게 설명해주니 더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제주의 역사를 알게 돼 슬프다”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도 친근하게 설명해줘서 마당극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제주민예총은 제주 청소년들과 만나는 시간까지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면서 제주의 역사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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