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예순 두 번째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4일 제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천연기념물인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수월봉 화산쇄설층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1850년, 길이 102m에 폭 7.2m가 넘는 프랑스의 양제다리를 군인들이 행진하며 건너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다리가 무너져 군인 483명 중 22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940년에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853m 타코마 현수교가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흔들리는 폭이 증가하다가 그 육중한 다리가 공중에서 끊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사무동이 흔들렸던 사고도 있다. 이러한 사건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다리였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하다가 생각했을 텐데 어떻게 그런 육중한 다리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을까? 그 이유는 바로 파동에서의 공진(共振, Resonance)이라는 원리 때문이다. 

공진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같은 진동수의 힘이 외부에서 가해질 때 점점 진폭이 커지면서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인 파동은 공진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소리일 때는 특별히 공명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군인들이 발을 맞추어 가던 중 다리에 공진의 원리가 일어난 것이고, 마찬가지로 미국 워싱턴 주의 현수교도 바람에 의해 흔들리던 중 공진 현상으로 인해 그 육중한 현수교가 한순간에 끊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가 있는데 그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외력이 주기적으로 주어질 때 그 진폭이 뚜렷하게 증가된다. 예를 들어 그네를 고유진동수와 같게 밀어주면 그네의 진폭이 빠르게 커지지만, 다른 진동수로 밀어주면 그네는 제대로 잘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한 물체의 고유한 진동수는 그 물체의 특징을 말해준다. 물체마다 그 고유진동수는 모두 다르다. 공진의 원리란 그 물체만의 특성에 맞는 외부 진동수는 그 물체와 어울려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다에서는 지진과 해일이다. 

지난 16일 필자의 글( 마라도 지진, 참돔 2만6천마리와 주파수 )에서 참돔 2만여 마리가 잡힌 이유로 지진파 주파수와 물고기 주파수를 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해양 풍력발전기가 일으키는 바다 진동에 주목해본다.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지 약 3년이 됐다. 그 사이 쌓인 바다 진동(Impulse)이 마라도 암반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암반 피로 현상이 누적되면서 지진까지 이어졌다는 추측이다.

제주를 받치고 있는 지하 암반이 튼튼하다지만 18일까지 잔여 지진이 18회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지하수 수위도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역 별로 10cm에서 90cm까지 상승했다. 수월봉 탐방로는 지진 당시 약 24톤에 달하는 쇄설층이 해안 절벽 아래로 무너져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마라도와 직선거리 상에 풍력발전기와 고산리 수월봉이 위치해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제주도 안과 마라도 해상에서 지진이 발생된 적이 거의 없지 않았냐는 질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왜 갑자기 지진이 발발(勃發)했는가?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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