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모두의 이동권을 위해](하) 고은실-고현수 도의원 인터뷰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지원센터가 설립된 지 11년째. 아직도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교통약자들은 마음 편히 이동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이동권 보장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동권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국가나 지자체가 ‘누군가’를 위해 베푸는 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본권인 모두의 이동권을 위해 [제주의소리]가 세 차례에 걸쳐 송년기획으로 다뤄본다. [편집자 주]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 중인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차량이 예전보다 늘어났지만 이에 맞춰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며 차량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저렴하고 편리한 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 교통약자들의 이용이 늘면서 제주도와 지원센터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느껴지지 않아 불만도 쌓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제주의소리]가 장애인 당사자인 제주도의회 고은실·고현수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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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고은실 제주도의회 의원(비례)은 공적 역할 증대를 위한 사회서비스원 도입과 이용자 인식 개선, 대중교통 활성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제주의소리

# 사회서비스원 도입 고려…이용자 인식 개선도 필요

평소 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한다는 정의당 고은실 도의원(비례)은 예전에 비해 지원센터 운영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면서 전반적인 운영 방식과 더불어 이용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어느 지원센터 운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귀포의 한 요양병원에서 차량을 무분별하게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며 “비장애인인 지인을 공항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콜을 불러 공항까지 함께 가 내려준 뒤 다시 그 차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단다”고 했다.

서울 등 타 시도에서 손님이 내려오면 콜을 이용해 동승시키는 등 자가용처럼 사용한다는 것이다. 요양을 위해 육지에서 온 당사자들의 경우 주말에는 관광지를 다니기도 한단다. 첫 관광지에 내린 뒤 바로 콜을 부르고 구경한 뒤 콜이 잡히면 다시 다른 관광지로 간다는 것.

결국 관광이나 지극히 사적인 목적으로 차량을 장시간 이용하게 되면서 도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말이 된다. 지원센터에 따르면 도내 이용객 평균 이동 거리는 출발지 기준 9.5km 정도지만, 타 시도 이용객의 이동 거리는 평균 16.8km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 의원은 관광용 렌터카 이용요금 지원, 저상버스 활성화 등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지원센터 차량 이용요금의 경우 기본 500원, 최대 1000원,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렌터카는 5~6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렌터카 대여료를 1만 원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고 손실비용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제언이다. 

더불어 제주에 관광차 방문한 장애인 당사자 등을 위한 공항을 출발지로 한 관광 저상버스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도내 저상버스는 미리 신청하지 않는 이상 교통약자가 탑승할 수 있는 슬로프를 미리 내려주지 않는다. 슬로프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류장에 최대한 가깝게 붙여 정차해야 하는데 신청을 하지 않으면 떨어져 세우는 경우가 있어 휠체어가 탑승하기 위해선 버스를 다시 세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차한 그대로 슬로프를 내리게 되면 경사가 급해 이용자는 혼자 탑승할 수 없다. 심지어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버스 운전원도, 기존 탑승객도 불편함을 느끼고 이용 당사자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만 한다. 

정의당 제주도당 장애인위원회가 17일 오후 2시10분 제주시 탐라광장에서 325번 저상버스에 오르고 있다. 중앙차로제와 달리 버스가 인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차해 급경사가 만들어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지난 4월 제주시 탐라광장에서 325번 저상버스에 오르고 있는 고 의원. 중앙차로제와 달리 버스가 인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차해 급경사가 만들어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고 의원이 최근 제주시청에서 한라수목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 탑승객으로부터 “이 바쁜 시간에 양심이 있어야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단다. 시청에서 수목원까지 가는 직행 저상버스도 없어 2시간이나 걸렸는데 앞서 말한 문제들 때문에 이 같은 고충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제주대병원이나 탐라장애인복지관, 제주시청, 노형오거리 같은 거점에서는 무조건 정류장에 가깝게 정차해 자동으로 슬로프를 내렸으면 한다고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눈치 안 보고 당연하게 내려오는 슬로프를 통해 맘 편히 탑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접근성이 나아진다면 저상버스 활성화가 이뤄져 지원센터 차량 수요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제주도 위탁 방식으로 운영 중인 지원센터를 돌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토록 하는 등 공영 방식의 변화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 방식은 완전한 위탁이 아닌 이른바 ‘기생적인 위탁’으로 지원센터는 단순한 시행기관일 뿐 서류를 도청 주무관에게 결재받는 등 권한이 애매하다는 것. 실제로 대전광역시의 경우 사회서비스원 내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마련돼 있다.

고 의원은 “교통약자가 왜 생겼는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은 도민 기본권인 이동권 문제”라며 “이용자들도 서로 배려하고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의회 차원에서도 행정을 감시하고 필요사항을 요구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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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고현수 제주도의회 의원(비례)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불편의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대중교통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함과 동시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택시'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 근본적 문제는 대중교통 설계…’UD 택시’ 제주도 도입해야

더불어민주당 고현수 도의원(비례)은 교통약자 이동 불편 문제의 출발은 교통체계의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갖춘 뒤 보완책으로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지원센터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고 의원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하고 특별운송체계를 보조적, 보완적 체계로 갖춰야 하는데 제주는 애초에 대중교통 체계에 대한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운송체계를 설계하다 보니 당연히 편리한 특별운송수단에만 집중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비용을 따져볼 때 대중교통의 경우 초기비용은 많이 들 수 있어도 이용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은 특별운송체계보다 낫다고 했다. 지원센터 같은 특별운송체계는 별도의 인건비와 차량 구입·유지비가 더 들기 때문에 비용과 정책적 측면에서 대중교통을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대중교통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민권’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지난 2017년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할 당시 장애인 당사자는 그 관심사에 벗어나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기본설계가 뒤틀린 상황에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택시인 ‘유니버설 디자인 택시(UD 택시)’를 도입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다고 제언했다. 영국 런던의 경우 휠체어에 탑승한 채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블랙캡’이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의 경우 대다수 택시에 슬로프가 달려있어 휠체어 탑승자가 택시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올라탈 수 있다. 누군가에게 부탁해 트렁크에 휠체어를 싣고 부축받아 탑승하지 않아도 혼자서 가능하다.

현재 상황에서 저상버스 확충과 정류장 개선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니 UD 택시를 도입한다면 문제가 많이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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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LEVC사의 택시용 자동차 모델, 일명 '블랙캡(Black Cab)'. 사진에서처럼 영국 런던의 교통약자들은 휠체어를 탄 채 택시에 오르내릴 수 있다. 일부 택시만 이 같은 장비를 갖춘 것이 아닌 대다수 택시가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사진=LEVC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고 의원은 “이용수요 증가에 따른 대기시간 지연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UD 택시를 도입하는 등 수요를 분산한다면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라며 “민간에서 추진하기 어려우니 행정이 민간과 함께 공동 출자기관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민관이 함께하면 책무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민관 공동 출자 방식으로 보조금을 투입된다면 성공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녹색교통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UD 택시를 도입하면서 전기나 수소택시로 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민관 공동 출자 방식의 교통약자 지원을 위한 기관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일정 정도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크게 볼 때는 대중교통 체계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지원센터의 경우 이용객 유형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UD 택시의 도입은 자연적으로 이용요금 문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원센터 차량 역시 비용이 낮기 때문에 합리적인 조정은 필요하다”며 “시민권적 입장에서 이용한 만큼 돈을 더 내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사용한 만큼 돈을 내고 그 돈이 다시 이용자를 위한 시설 개선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저소득층이나 중증 장애인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분들에게는 바우처나 감면, 무료 이용 등 방식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광객 이용 문제도 관광 목적 차량을 투입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UD 택시를 도입하거나 UD 렌터카를 도입하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지원센터 차량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지원센터에만 매달리는 것은 결국 수박 겉핥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원센터 차량 이용 당시 폭언을 듣는 등 인격 모독도 당했다며 서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반 택시에 설치되는 것과 같은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운영 모니터링을 위한 이용자-사용자-운전원-당사자 등으로 구성된 논의 구조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비장애인들처럼 제시간에 탈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을 마련하고 지하철과 버스를 맘 편히 탈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사투를 벌이면서까지 쟁취해내야 할 문제가 됐다. 아무리 외쳐봐도 아무도 듣지 않았기에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이들의 시위로 불편함을 겪었다며 비판이 아닌 비난 글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우리가 겪은 단 하루의 불편함을 매일같이 겪고 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투쟁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수 없는 대책과 대안이 나왔고 수도 없이 개선됐지만, 결국은 ‘제자리걸음’이다. 모두가 맘 편히 이동할 수 있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사회 전체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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