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웰메이드 연극무대 ‘언덕을 넘어서가자’가 12월 26일 강추위와 폭설속에서도 200여 관객의 환호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제주에 살고 있는 원로배우 최종원씨의 제주 데뷔무대인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에는 연극배우 이동훈, 김금희씨가 함께 열연을 펼쳤다.

12월 16일부터 26일까지 11일간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는 극단가람이 기획 제작하고 극단대표인 이상용씨가 연출했다.

노년들이 주인공인 흔치않은 무대

이제까지 노년의 인생들이 주인공인 무대가 별로 없었는데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인생 70을 넘어선 초등학교 동창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잔잔하게 다룬 작품으로 중장년층 관객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창이었던 다혜(김금희 분)를 짝사랑했던 완애(이동훈 분)는 소심한 성격으로 끝내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채 홀로 늙어간다. 노름에 빠져 허우적대는 친구 자룡(최종원 분)과 티격태격 하면서도 살뜰하게 챙기며 살아가는 완애는 어려움에 처한 다혜를 돕는 과정에서 다혜도 어렸을때 자신을 좋아했었으며 우연히 일이 어긋나 꼬이게 됐다는사실을 알게 되고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지난 날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새로운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세 친구는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것으로 연극이 마무리 되는데 노년의 회한과 우정,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감성에 많은 관객들이 뭉클함을 느꼈다. 

이제까지 봤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청춘들이 아닌 노년들의 애환과 사랑얘기를 잔잔하게 표현한 것이어서 중년들이 많은 호응을 했는데 여기에 원로배우 최종원의 농익은 연기와 제주 중견배우 이동훈의 깊이 있는 연기가 더해져 관객의 몰입을 높였다.

2007년 전양자, 오영수 호연했던 연극 리메이크 작품

사실 이 작품은 이번에 처음 만든 작품은 아니고 2007년에 쓰여 전양자, 이호재, 오영수 등이 출연 호평을 받았던 리메이크 작품이다.

사실 이 연극은 좀 더 많은 관객이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장장 11일간의 장기공연이 좀 위축된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최종원 씨는 마지막 무대 후 고별 인사에서 “아름다운 제주에서 1년살이를 하면서 제주의 자연에 보답하기 위해 제주의 후배들과 함께 공연을 기획했는데 코로나19 속에서도 제주의 관객들과 마주하니 많은 보람을 느낀다. 제주 연극이 좀 더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필자가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제주도 중견 연극배우 이동훈의 재발견이다.

제주배우 이동훈, 김금희의 인생작 

이동훈 배우는 그동안 ‘이수일과 심순애’ ‘후궁박빈’ 등의 연극에 출연했는데 이 작품에서 원로배우 최종원 씨와 공동 주연을 맡게 되면서 연기력도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고 중앙무대에 서도 부족하지 않은 탄탄한 내공을 선보였다.

김광종 씨(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주민).

공연후 이동훈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극계가 많이 침체 되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무대를 통해서 계속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식지 않는 의지를 밝혔다.

연극 감상을 마친 모슬포주민 공종식 씨는 “눈보라를 뚫고 1시간 반을 기어 온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연극이었는데 이런 무대를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연극을 비롯해 침체된 문화예술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행정의 지원이 더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광종(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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