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문화예술의 섬 제주 진단] ② 민선 8기 제주도정의 과제

민선 7기 제주도정이 6개월여 남았다. 그러나 원희룡 전 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자진 사퇴하는 순간, 사실상 정치적인 의미에서 민선 7기는 종료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소리]는 송년 기획으로 민선 6기와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추진해온 7년여 간의 문화·예술 공약과 정책을 살펴본다. 동시에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민선 8기 제주도정에서 고민해야 할 문화예술 정책도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① 민선 6~7기 제주도정 공약
② 민선 8기 제주도정의 과제


내년 6월 출범할 민선 8기 제주도정은 문화·예술 정책에 있어 지난 6~7기 제주도정을 반면교사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보다 이미 발굴됐지만 묻힌 공약·정책들을 가다듬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 정책의 대원칙을 현실에 최대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 정치가 발목 잡지 않도록 ‘협력’ 절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문광위)가 민선 6~7기 동안 보여준 여러 공·과 가운데 제주아트플랫폼에 대한 태도는 정치적 협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한 검증은 행정사무감사, 감사위원회, 감사원 청구까지 끌고 온 상황이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지금으로서는 감사원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만, 그와 별개로 하나의 정책을 두고 집행부와 입법부가 부딪히는 과정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낭비했는지는 곱씹어볼 대목이다.  

아트플랫폼 사업 설명회가 열린 시기가 2018년 5월, 문광위가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신청한 시기가 올해 6월. 도정 임기가 한 번 바뀌는, 무려 4년 동안 하나의 사안을 답보 상태로 끌고 온 것이다. 

향후 민선 8기 도정은 규모가 크고, 이슈가 주목되는 문화·예술 정책을 추진할 경우 아트플랫폼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최대한 빈틈을 줄이는 사업 추진 절차와 함께, 집행부와 입법부 간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 협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정치가 일을 성사시키는데 매진하는 게 아니라 일을 망치는데 집중한다면, 그 불행한 손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간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7월 열린 제주도립예술단의 세 번째 합동공연 ‘카르미나 부라나’ 무대 인사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도립예술단 통합

현재 제주도립예술단 운영은 제각각 흩어져 있는 상태다. 교향악단과 제주합창단은 제주시 소관, 서귀포관악단과 서귀포합창단은 서귀포시 소관, 무용단은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 소관이다. 관리도, 공간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예술단 통합 운영에 대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올해로 3회 째를 맞는 예술단 합동공연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이와 관련한 도립예술단 활성화 연구 용역을 거쳐 지난해 도립예술단 설치·운영 조례를 개정하면서 오랜 시간 묵혀 있던 직급·보수 체계는 바로 잡았지만, 통합 운영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연구 용역 결과물에서도 예술단을 하나의 관리 체계로 모으는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과정을 통해 통합 논의에 대한 교감은 물꼬를 튼 만큼, 차기 도정에서는 예술단이 실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통합을 기대한다.

# 도립극단, 도립국악단 창단

민선 7기 공약으로 제시됐던 도립극단, 도립국악단 창단은 사실상 무산됐다. 2019년부터 설립 타당성 용역 연구를 위한 예산 마련에 나섰지만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해 제주도 용역심의회는 도립극단·국악단 창설을 위한 용역에 대해 ‘시기가 부적절하다’면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도립극단과 국악단이 필요한 이유는 척박한 지역 예술 토양을 바꾸기 위한 기초 투자다. 제주교향악단(1985년 창단), 제주합창단(1985년 창단), 서귀포관악단(1998년 창단), 서귀포합창단(1987년 창단)은 최대 35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면서 제주대학교 음악학과(1981년 신설)와 함께 지역 예술 인력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무용계는 고등 교육기관은 없지만 도립무용단(1990년 창단)이 명맥을 이어오면서 타 지역에서 교육 받은 젊은 제주 출신 무용인들이 돌아올 정도로,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에 반해 극예술, 국악 예술은 고등 교육기관도 공립 예술단도 공백 상태다. 극예술은 제주국제대학교 공연예술학과가 있지만, 학교 전체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로 어려웠던 지난해, 수준 높은 공연 예술을 도민들에게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경상남도가 창단한 ‘경남도립극단’ 사례는 제주와 큰 대비를 이룬다. 땅을 다지고 씨앗을 심는 자세로 도립극단과 도립국악단 창단이 필요하다.

이밖에 제주연구원 문순덕 박사(현 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가 2019년 11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 ‘제주 문화예술의 섬 활성화’에도 유의미한 과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제주 인문학 관련 연구자 지원 확대 ▲지역 내 문화·예술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문화유산·예술·콘텐츠’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 ▲중장기 예술 창작 지원 확대 ▲예술인 복지제도 개선 ▲다양한 공연예술 소화 가능한 중극장 규모의 전문 공연장 건립 ▲예술생태계 실태 조사 정례화 ▲대표 브랜드 공연 신규 개발 지양, 꾸준히 이어온 기존 예술 행사 지원 강화 등은 여전히 유효한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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