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예순 세 번째

철원 -25.5도, 제주 40cm폭설. 올해 12월 26일 아침 날씨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동서와 남북 지방간에 기온차가 있다. 남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높아져 따뜻한 기온이고, 북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져 더 춥다. 또는 동서지역간의 기온차이는 태백산맥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줌으로 동해안의 겨울 기온은 서해안의 비하면 비교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바닷가가 많은 해안 지역은 겨울에 대체로 내륙의 지역보다는 더 따뜻하다. 그러면 기온의 따라 옛 사람들의 생활은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옷으로 옷감을 만들어 입고 다녔고, 또 겨울에는 솜을 넣어 옷을 두껍게 만들어 몸의 온도를 떨어지지 않게 유지시켜주었다. 바로 누비옷이다. 지금의 겨울은 롱패딩과 자켓 등 다양한 소재로 우리의 몸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식생활은 어떠했을까. 기온이 높은 남쪽지방은 식생활에서 높은 온도 탓인지 음식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소금이 들어간 음식들이 좀 더 활성화 되었고, 북쪽에서는 오히려 싱거운 음식이 더 발달이 되었다. 기온에 따라 옛 사람들에서 북부지방은 추워서 따뜻하게 입고, 중부지역엔 편하게 남부지역엔 옷이 얇은 모시옷을 입고 다니게 된 것이다.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은 제주의 갈옷은 사철 노동복으로 땀의 흡수가 좋고 더러움을 안타면서 질기다. 

우리나라의 대청과 온돌은 기온의 차이에 따라, 대청은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보내려 온돌을 설치했다. 김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마디 더해본다. 

어머니와 같이 1960년 11월 중순경에 거린오름 들밭에 나는 들읏나물과 달래(꿩마농)를 캐다 담은 김치맛은 쓴 것 같으면서 향이 너무 진해 오래 기억이 나는 김치다. 1980년대 미국 미네소타 대학 유학 시절인데, 그곳은 겨울 영하 10도가 다반사인 지역이다. 김치를 먹고 싶어 소금에 절인 나물을 고춧가루와 마늘에 버무려 김치(?)를 해먹었다. 일본 유학 때는 동경대 근처에서 백김치를 사먹었다. 독일에선 햄, 소시지 빵과 새벽녘에 갓 구운 Broetchen(브뢰첸, 독일식 식사용 빵)을 즐겨먹었다. 대학 시절엔 비구니 절(寺)에서 공부할 때 고수나물의 향긋한 맛, 그리고 하숙집 할머니 깍두기 맛을 잊을 수 없는데 비결은 젓갈이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동서와 남북지방간에 기온차로 기후변화에 따른 김치 문화가 생겨났다. 사진=픽사베이.

김치 문화를 보면서 참고할 만 한 과학적인 논문은 1903년 스웨덴 화학자인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 1859-1927)의 노벨화학상 연구이다. 그는 온도 기후 변화가 10도 변하면 물질이 화학 반응은 그 두 배가 변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반응속도 상수를 k, 기체 상수를 R라고 하면, 절대온도 T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즉  k=Ae-E/RT. 우리 조상들은 날씨 변화에 따른 주거 생활이 물리 화학적 반응 행태를 관습적으로 알았다. 과학의 원리를 생활화한 한 것이 김치와 온돌문화다.

고려 중엽 문장가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보면 ‘장을 담근 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 겨울 내내 반찬 되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것만 보아도 겨울에 채소를 먹기 위해 무를 소금에 절여 보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고려시대로 추정되는데, 절인 채소에 한 번 더 양념하는 방식, 한국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김치는 만들어지게 됐다.

오이, 미나리, 갓, 부추 등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 양념이 더욱 다양해졌고, 물김치라는 새로운 형태의 김치도 등장, 여귀, 천초, 생강, 귤피와 같은 향신료나 파, 마늘을 사용한 양념 김치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이 시기의 김치는 지금 우리의 김치와는 조금 다른데, 고추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연대 불분명) 때문. 고추가 도입되면서부터 소금을 줄이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해산물 젓갈류를 첨가해 김치 맛을 더하게 되는데, 고추의 매운 맛과 향 때문에 해산물의 비릿한 맛이 줄어들기 때문. 김치는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적절히 혼합된 한국만의 독특한 채소 발효음식으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세계가 주목한 김치 인증 결과는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가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위원회에서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확인된다. 세대에서 세대를 걸쳐 내려오면서 이웃 간 나눔을 실천하고 또한 공동체 연대감을 형성,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는 것이 등재 이유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동서와 남북지방간에 기온차로 기후변화에 따른 김치 문화가 생겨났다.

염소가 커피나무 열매를 먹고 힘을 내는 모습을 간파한 목동 칼디가 커피를, 동의보감에서 허준(1539-1615)은 이질 설사역병에 매실(梅實) 열매를 발견한 것처럼, 김치에 무엇인가를 더한 새로운 김치를 발견하는 상상을 해본다. 예컨대 그 김치를 먹었더니 코로나19가 감염이 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세상이 놀랄 노벨상감이 아닐지,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시국에 잠시 상상해본다. 언젠가 코로나로부터 안심할 날을 기대한다. 고봉선 시인과 김낙훈 박사의 Comment에도 감사드린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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